1
사람의 입맛은 변한다.
어릴 적에 라면을 잘 못 먹었다.
국물은 먹겠는데 면발이 영 거북스러워서 잘 먹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과자 웨하스도 잘 못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뭔가 거북스럽고 맛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김치라고 해서 잘 먹었겠는가.
심지어 고기도 잘 먹지 않았다.
어머니가 고기 사 오는 날엔 오빠만 잘 먹고 신나했다.
정말 오래도록 못 먹는 게 많았고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 어려웠다.
2
그러던 내가 이제 과자 웨하스에 맛 들였고, 김치 맛도 알게 됐으며 라면도 부담 없이 잘 먹는다.
고기의 경우, 냄새는 매혹적이나 맛이 그 냄새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냄새를 맡으면 고기 맛을 예측하며 군침을 흘릴 정도다.
3
아직도 입맛들이지 못한 음식은 나물 정도가 되겠다.
나물은 그 나물이 그 나물 같아서, 그리고 쌉쌀한 그 맛이 내 취향이 아니다.
비빔밥으로 먹는 나물은 맛있는데, 밥반찬으로서의 나물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아직도 아기 입맛의 소유자인 것 같고 그 사실이 소문나지 않도록, 어머니조차 눈치채지 못하시게,일부러 눈에 뜨일 때 한 젓갈씩 나물을 집어먹는 쇼를 했다.
그랬더니, 여전히 '썩'은 아니지만 '조금'은 나물도 맛 들여지고 있는듯하다.
4
이런 이야기를 내가 왜 하는지 알겠는가?
'아기 입맛에서 어른 입맛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릴 적에 못 먹는 게 많았는데 이제는 먹을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가?
5
그래서 내가 살이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