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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신다.
기본적으로 고추장, 간장, 된장, 청국장까지를, 서울 하늘 아래 빌라에서 직접 만드시니 말 끝났다.
장을 집에서 만들고 그 장이 또 하나같이 맛있다.
그 장으로 만든 김치며 국이며 나물 무침이 맛없을 수 없고 그래서 한 끼 식사가 찰지게 맛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식은 장 맛이다.
모든 기본이 장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장이 맛있으면 대체로 음식 맛이 훌륭하다.
2
져니는 장을 만들 줄 모른다. 그저 집에 있는 장으로 이것저것 깨작깨작 만들어보는데 그건 제법 잘 다룬다.
일단 간을 잘 맞추면 7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요즘은 한식도 계량화가 잘 되어 있어서 레시피에 잘 정리되어 나온다.
져니는 밥숟가락 계량으로 특화된 레시피를 좋아하며 혹시 몰라 20g짜리 계량스푼을 하나 마련해놨다. 여차하면 사용하려고 말이다.
그건 다시 말해 여차했을 때 그 계량스푼이 없으면 망한다는 뜻도 된다. 되도록 계량스푼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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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져니가 아무리 간이 딱 맞는 맛있는 요리를 한다 쳐도 그건 장맛이다.
삼장법사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의 잔재주처럼 나의 요리는 어머니가 만드신 장맛을 빌어 그 위에 깨소금 깨작깨작 뿌리는 잔재주 정도 일 것이다.
손오공도 잔재주로 괴물들을 곧잘 퇴치하듯 나도 가끔 깨소금 뿌린 요리로 쓴입맛을 깨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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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할 때 즐겁냐고? 요리할 때 즐겁다.
근데 정말 희한한 게... 어릴 때는 나 먹을 거 쪼금 만들어서 후딱 먹는 게 만족스럽고 간편해서 좋았다.
나이가 드니까 규모 있게 만들어서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좋다.
내가 박애주의자가 되었거나 갑작스레 하숙집 주인이나 주막 주인이 된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먹고 좋아하면 그게 좋더라.
물론 먹고 맛있다고 칭찬을 안 하면 화가 난다. (그건 정말 경우가 없는 사람이잖아.)
부모님을 위해서 요리하는 경우가 가끔 있을 뿐이지만 나에겐 요리 과정이 아주 스릴 넘친다.
작년에 찜닭 요리했을 때를 상기해 보자면...... .
5
일단 우리 가족들은 가슴살 안 좋아해, 다들 다리를 좋아하시지.
한솥의 찜닭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해.
어설프게 날개, 그런 거 다 빼고 다리만 먹을 수 있으면 좋겠군.
음... 그렇담!(손가락 딱!)
(닭 다리로 12개로 구성된 닭봉 상품 주문, 택배로 도착)
포장이 깨끗하게 돼서 왔군, 꺼내 보니 상태가 좋아.
잡내가 나지 않겠는데. 한번 데치는 건 생략할까?
아니야!(고개를 도리도리) 가족이 드실 거야.
위생은 조심해서 나쁠 게 없지, 암(끄덕끄덕). 그래! 데치는 거얏!
(닭 다리를 데친다.)
자, 내 취향대로라면 아주 매워야 해.
그렇게 하면 아버지와 나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만 어머니가 괴롭게 되시지.
그건 곤란해.
(손에 턱을 괴고 고민한다. 고뇌하다가..)
소스를 8할 정도만 맵게 하고 음.... 그래, 감자는 매운맛이 스며도 지나치게 매워지지 않지, 바로 그거야!(손가락 딱!)
감자를 더 넣어야겠군.
(감자를 두어 개 더 썰어 넣는다.)
뭔가 부족해.... 넣을 것은 다 넣었지만...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걸?
노두유를 넣을까 말까 고민되는군.
워낙 한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중국식 장을 넣으면 거부감 느끼지 않으실까?
음.... 하지만 한국 속담에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잖아.
노두유를 넣으면 색이 좀 더 먹음직스러워지니까, 마침 있겠다, 좋아!
결정했어!(손가락 딱!) 쫌만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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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혼자 쇼를 하면서 찜닭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추리하고 궁리하고 배려하고 노력해서 만든 그 찜닭이 굉장히 맛있게 잘 요리되어 식탁에 올랐다.
가족 모두 맛있게, 아버지 어머니 모두 닭 다리가 맛있다고, 특히 어머니는 흡족해하시며 감자와 당면이 맛있더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로 인해 요리 자신감이 조금 상승하기는 했으나, 그때 찜닭을 얼마나 고심하며 만들었던지 진이 다 빠진 것 같다. 한동안 요리를 쉬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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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하고 궁리하고 배려하고 노력하여 요리하는 그 과정이 대접하려는 이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눈치챘는가?
법사 손안의 손오공도 가끔 삼장의 목숨을 구한다.
온갖 장을 다 담그는 어머니에게 드물게 내가 상당히 맛있는 요리를 해다 바친다.
주방 한가득 애정을 흩뿌리며 요리하는데 안 맛있을 수 있나 싶다.
요리하는 일은 애정을 발산하는 즐거운 일이다.
져니의 요리는 조만간 재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