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7-016-뭘 할 때 즐거워? - 계획 편

by 배져니







1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대하거나 희망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내 인생의 앞날에 기대하고 원하는 것들이 많아서 계획을 세운다.




2


새 해면 운동, 어학, 그림, 독서, 작업 등등 큰 몇 가지를 적어놓고 나름의 계획을 적는다.

계획과 완수할 날짜를 적어야 성취가 빨리 된다던데 난 프로 계획러(?)는 아니어서인지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다.

그저, 목록 옆에 왜 잘 하고 싶은지 감정과 기분을 열렬하게 잔뜩 쓰고, 목표는 아주 최소한의 정도로, 열렬하게 쓰던 그 자세는 어디 가고, 매우 간소하게 목표를 적는다.




3


물론 좀 욕심내는 계획도 있다.

독서계획의 경우 한 해에 제일 많이 읽었을 때가 47권 정도였다. 그

런데 어느 해 욕심내느라 100권을 읽겠다고 설정해놨는데 외려 그 목표가 부담된 나머지 읽기도 전에 질려서 흐지부지 안 읽게 되더라.

목표치가 너무 높으면 나는 포기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그래서 올해는 52권으로 정했다.

1주에 1권 읽겠다는 작전인데 이미 계획이 어그러진 상태다. 만회할 수는 있지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나는 계획을 완수하기 보다 계획 세우는 게 더 재미있다.




4


초등학생 때 여름 방학을 앞두고 도화지에 방학생활 계획표를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수업 말미에 한쪽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와락 터져 나왔다. 보니까 저쪽 한 아이가 자신의 계획표 아래 첨언을 붙여놨다.


'이 시간표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매체에 게재되는 방송 시간표 아래 '이 편성표는 방송국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글의 패러디였다.


웃기는 했지만 고지식한 초등생인 나로서는 좀 충격이었다.


'계획표니까 그대로 꼭 지켜야 하지 않나? 변경될 수도 있다고?

그래선 안되는 거 아냐?'


이제는 안다. 고정불변의 것은 없다고, 잘 만들어진 장치의 톱니바퀴도 가끔 엉켜멈추는데, 사람 사는 데에도 그런 일 없다고 할 수 없다.

신년 계획이든, 월간 계획이든, 상황과 재량에 맞춰 조금 변경하며 진행하면 된다.




5


계획은 부담을 갖고 세우는 게 아니라 즐겁게 콧노래 흥얼거리며 짜는 것이다.

그 계획 짤 때 꼭 지키겠다고 조폭과 손목을 걸고 내기한 것이 아니라면 심각해질 필요 없다.

그냥 장난처럼 괜찮게 느껴지는 계획 서너 가지를 적고 궁리를 해보는 것만으로 계획 세우기의 효용은 충분하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마당이 펼쳐진 것이니 한바탕 생각해 보는 그 장을 만끽하면 된다.




6


그런 마음으로 계획을 계속 세운다.

그건 또한 내가 삶에 대해 기대와 희망이 있다는, 즉 사는 게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기에 계획 세우기는 인생 목표를 기획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는" 일상을 알뜰하게 보내기 위해 시간을 분배해 보는 일종의 놀이, 취미 같은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7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대와 희망이 생기고, 궁리하는 재미가 있고... .

계획 세우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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