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의 수면

by 배져니
20161020-여자 사본.jpg



1


44시간을 대략 이틀이라고 볼 때, 하루 13시간 반을 깨어있었고 8시간 반의 수면을 취했다면? 대략, 활동 시간도 정상적이고 수면시간도 다소 길었던 면이 있지만 그래도 적절한 편이다.

이렇게 지낸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27시간을 깨어 있다가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수면시간을 헤아려봤더니 17시간을 잤다.

깨어있던 27시간의 끝무렵에는 피곤에 절어서 몸이 나른했고, 뇌는 과부하에 걸렸는지 멍하고 작동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니, 이번엔 너무 많이 자서인지 뇌가 멍했다. 이래저래 맑은 정신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내 친구가 이 소식을 들었으면 "17시간을 잤다고? 이런 짐승!"이라 했을 것이다.

친구의 반응은 차치하고, 이 같은 생활패턴이 적으면 3주에 1번, 많으면 1주일에 1번 꼴로 발생한다는 데에 나의 고뇌가 생긴다.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오오~~


마땅한 대책이 없어서 더 난감하다.







2


어느 tv 방송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학생들이 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초등학생이 '엄마 저 공부 빨리 하고 싶어서 학교 가겠습니다!'라며 오전 7시에 등교하려고 하는 일이 있습니까? 엄마가 '얘야! 밥은 먹고 가야지!'라고 만류하는 일이 있습니까?

중학생이 '엄마 저는 공부가 너무 좋아요. 좀 더 공부하다 자겠습니다.'라고 한다면?

그럼 엄마는 '얘야. 지금 새벽 4시다. 공부 제발 그만하고 자라!'라고 하는 일이 생깁니까?

아마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부는 하기 싫은 게 맞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이 누군지도 기억이 안 나고 왜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가 '공부하지 말고 제발 자라'고 부탁한다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때, 정말 공부가 좋아서 아침 7시에 등교하는 학생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희귀하겠지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국영수 공부는 아니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재미있는 나머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공부하고 일을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재미있다면야, 그럴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왜 17시간이나 잤을까?



물론 27시간이나 깨어있었으니 그에 합당한 수면을 취하는 게 당연은 하겠으나... 그래도 말이다. 좀 덜 자고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마음 같아선 아침 6시에 일어나 새벽 5시까지 작업을 하고 싶다. 너무 열심히 작업에 매달리는 나를 보고 어머니께서 "져니야 작업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하다간 죽는다! 쉬엄쉬엄 해라, 제발!"이라고 만류하실 때야 비로소 못 이기는 척 작업을 멈추고 싶다.


의욕은 넘쳐나는데 이 '망할 잠'때문에 너무 버리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17시간을 거뜬히 잘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을 거라면 좀 더 신경 써서 '숲 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예쁘게라도 만들어놓지....... 아니면 왕자라도 곁에 만들어 놔두던지....... 이도 저도 아니고..... 나는 그냥 잠꾸러기일 뿐.... 쳇. (하늘님! 미웟!)


생각해 본다. 만약 내 작업이 '끝내주게' 즐겁다면 내가 잠을 덜 자지 않았을까?

매일 밤 잠들 때에, 다음날 작업의 재미를 기대하며 잠든다면, 아침에 설레며 기상하지 않을까? 아마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많이 자는 것은 작업의 재미가 줄어들어서일까?


나는 운 좋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것만으로도 운이 얼마나 억세게 좋은지 모른다. 그런 터에 '재미가 줄어들었나?'를 따지는 게 웬 말인가 싶다.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나는 영감을 기다리는 아마추어는 아니다.

아마추어는 아닌데, 그 못지않은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잠을 많이 잔다는 사실이다.


'프로가 작업할 때,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리고, 져니는 잠잔다.'...... 는 이상한 문장이 뇌리에 떠오른다.


17시간의 수면이 죄책감처럼 남는다. 어쩌자고 그렇게 많이 자버렸는지.... 씁쓸...


앞으로는 24시간의 생활주기로 살아가려고 애써봐야겠다.






----------------------------------------------------------------------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


-척 클로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잘한 이야기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