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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y 21. 2022

자잘스토리 7 - 025 - 5번째 주문







1


구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품절이었다.

서점 사이트 내 중고 판매자가 그 책을 팔고 있어서 제일 작은 가격을 제시해서 내놓은 판매자에게 주문하고 결제했다.

얼마 후 메시지가 왔다. 판매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다음 차선의 판매자에게 주문했다. 근데 판매 취소 메시지가 왔다.

세 번째 주문을 했는데... 또... 취소가..




2


이쯤 되니 뭐가 잘못된 건지 생각해 봤다.

온전히 카드 현금으로 만 결제하지 않고 적립금을 사용한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그들에겐 적립금은 현금만큼의 이익이 안 되나?

흠.. 슬쩍 전화해서 카드로 결제할 테니 팔아만 달라고 읍소할까?

연달아 거의 실시간으로 취소 연락이 와서 의기소침해진 나머지 별생각을 다하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래도 네 번째 주문 넣은 곳에서는 하루가 지나도록 취소 문자가 오지 않아서 조금 기대를 했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라니까 말이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취소 메시지가 와버렸다.

아니, 뭐 이렇게 구하기가 힘들담. 책에 금 발라놨어? 왜 판매가 안되는데!!




3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겨서 가격, 상태 다 필요 없고 갖고만 싶었다.

만화책을 다루는 총판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저편의 여직원이 알아보고 전화를 준단다.

10분 안으로 전화가 왔는데 여직원은 "원하시는 큰활자본은 품절이라서 없고요, 일반 판본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읽으실 것이라서 꼭 큰활자본이 필요하거든요. 흠.. 나중에 제가 한번 들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소개된 "내 어머니 이야기"라는 만화책이 있다.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뭐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가 흘러오는 모양이다.

독자들의 리뷰와 그 속에서 알게 되는 약간의 이야기들이, 유추해 봐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분명 나는 그 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부모님도 대사와 지문을 읽으시면 확실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제 시력이 약해지셔서 필요한 일이 아니면 글을 읽지 않으신다.

눈이 쉬이 피로해지시니까.

우연히 이 책의 큰활자본이 있다고 해서, 그런 책이면 읽는데 좀 편하시려나, 하고 구입을 마음먹었는데 이렇게 손에 넣기가 힘들다니, 흠.




5


그림이 개성 있고 깔끔하며, 이야기상의 시대가 부모님의 젊을 때와 겹치니 읽으시다 보면,

뭐 하나쯤은 공감하거나 들어봤거나 경험했던 것을 발견하고 즐거워하실 요소가 있어 보인다.

부모님이 요즘 좀 무료해 보이셔서, 갖다 드리면 읽고 슬며시 웃으실 것 같은데 말이다.




6


서점 사이트에서 이 책을 중고로 팔던 판매자가 6명이었다.

나는 저렴한 순서대로 차근차근 주문을 신청했고, 그 차례대로 취소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판매자 목록을 살펴보면, 취소했던 판매자들이 하나하나 게시글을 내리고 사라졌다.

이제 판매자는 2명 남았고 나는 그중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에게 주문을 넣었다.

이 판매자가 취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남은 판매자에게 주문을 넣을 것이다.

6줄 빙고하여 지워버리는 놀이하듯이 싹 다 사라지게 하거나, 판매 정가와 엇비슷한 가격으로 끝끝내 구입하거나, 최악은 결국 못 구해서 허망한 나머지 멍해지는 것뿐.




7


일요일부터 첫 주문을 하고, 목요일 지금까지 5번째 주문을 하고 있다.


만약 용케 책을 구해서 부모님이 손에 들려드린다면, 그래서 부모님이 재미있게 읽으시며 웃음 지으실 때,

어쩐지 나는 입술은 말라서 갈라져 있고, 눈은 퀭하니 어두워져 있을 것만 같다, 책 구하는데 하도 신경 써서.

그러하든 이러하든, 구입하면 기분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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