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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16. 2022

자잘스토리 7 - 033 - 책은 무기다







1


집에 글쓰기 관련 책이 모르긴 해도 열댓 권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한 권 한 권 사들였다.

'그 책들을 다 정독 했느냐?'라고 묻는다면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다수다.'라고 말하겠다.




2


물론 구입할 당시에는 읽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취미로 읽을 책이 아니었다.

공부하듯이 한 장, 한 장, 한 문장, 한 문장 염두에 둬가며 책장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3


사람이 마음이 외롭거나 감정상의 공허를 느낄 때, 심리적으로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단다.

그 모자란 것이 물질이라고 착각하고 자꾸 무엇인가를 사들인다고 한다. 그게 쇼핑중독처럼 되는 모양이더라.




4


나는 글쓰기가 좋은데 막상 쓰고 나면 문장력이 현격하게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능력 상의 부족도 뇌에선 감정상의 결핍으로 처리하는 건가?

나는 자꾸 쇼핑을 하게 된다.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말이다.




5


일단 그런 책들을 갖고 있으면 글쓰기 전투에서 무기 하나를 더 들고 적진에 투입되는 느낌이다.


실제 글쓰기 전투가 존재해서 위험함에 처한 순간,

글쓰기 책 하나를 폭탄처럼 던지면 '펑' 하고 터지며

글자 파편들이 상대의 문장들에 끼어 박혀 맞춤법이 하나도 맞지 않는 엉터리 문장이 된다... 거나, 

아니면 제일 두꺼운 글쓰기 책을 옷 안 가슴께쯤에 펼쳐 넣고 적진을 향해 달려가면

상대가 쏜 시 문장이나, 철학자의 명언 문장이 날라들어와 가슴에 박힐 때 

방탄 효과를 발휘해 내 목숨을 살려준다...는 그런 느낌으로 글 작법서를 산다. 


내 문장력의 생명은 마치 작법서를 얼마나 많이 쟁여두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달까.

이것, 혹시 감정상의 결핍?




6


글쓰기 관련 서적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고취시켜주는 에세이나 산문 등이고

둘째는, 구체적으로 글의 구조나 문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알려주는 작법서 같은 설명글이다.


첫 번째 종류의 책은, 꾸준히 글을 쓰기가 힘들거나 막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들이다.

두 번째 종류의 책은, 글쓰기에 돌입해서 열렬하게 써 내려가는데 이야기 구조가 안 세워지고 구성요소를 배치하기 어려울 때 보면 좋을 책들이다.


나는 두 종류의 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쓰다 보니... 나만의 생각이긴 한데 초심자의 기간이 지났으면 두 번째 종류의 책만 읽어도 될 줄 알았다.

마음의 고취는 할 만큼 했으니, 작법서 쪽이 더 실용적이지 않겠는가 싶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었다.

마음이 연약하여 반복적으로 쓰라고 응원해 줘야 했고, 또 그러면서 쓰다가 막히면 실질적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관련 책들은 두루 읽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7)


(하지만 읽지 않는다쳐도 유용하다. 현실적(?)으로 말해보겠다.

누가 내 글의 문장력을 비난한다? 책은 무기다.

책을 상대의 정수리에 내리 꽂아라, 모서리로. 그 책이 양장본이면 더 좋다.)

농담이다.



8


하지만 더 좋은 건, 얼른 열심히, 많이, 쓰면서 글 실력을 다듬는 게 최고다.

공부하는 건 몸이 좀 힘들 뿐, 하고 나면 뿌듯하다.

올여름엔 열댓 권의 책들을 책꽂이에서 책상으로 옮겨놓은 후 공부하듯 읽어야겠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헛헛함도 사그라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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