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Jul 09. 2022

자잘스토리 7 - 032 - 라테와 체중







1


어머니는 아침에 커피 한잔 드시는 시간을 낙으로 여기신다.

그리고 드시는 그 커피는 사시사철 웬만하면 모두 뜨거운 커피였다.

그러시던 어머니가 가끔 내게 요청하신다.


"져니야, 흑당버블커피 한잔 타주라."


흑당버블 커피는 단연코 차가울수록 맛있는 음료이다.

매번 뜨거운 커피만 드시다가 그 커피를 요청을 하신다는 것은, 그날이 더운 날이라는 뜻이다.




2


뉴스를 안 본다.

대신 굵직한 사건들은 유튜브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가끔 거실을 지나다가 TV 뉴스 일기예보를 볼 때가 있지만 그다지 기억해두지는 않는다.

어차피 집순이인 나는 집 밖에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상관이 없다.

집안에서 아늑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3


그러나 가끔 오후에 외출할 일이 있을 때, 바깥 기온과 햇볕 정도를 알 수 없어서 복장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큰 고민 없이 알 수 있다.

오전에 옥상 텃밭에 올라가서 채소, 꽃나무 등을 가꾸다가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져니야,흑당커피 좀 만들어주라."


...라고 하신다?

날이 더우니 복장을 가볍게 입어야 한다는 사인이 된다. 

모자를 벗으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붉어지신 상태다?

오후 햇살이 강할 가능성이 크니까 선블록 크림을 바르고 나갔다 와야 한다는 사인으로 인식하면 된다.




4


어머니의 흑당라테 주문 여부로 날씨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어머니 입장에서 흑당라테가 맛있어도, 한 두번이지 계속 맛있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질리시지 않을까?




5


그래서 휘핑크림을 얹은 라테라든지 아이스크림 얹은 아포가토 커피라든지...

새롭게 제조해 보려는 음료 메뉴가 몇 가지 있다.

너무 달아도 안되고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으로 제조하면 부모님도 좋아하지 않으실까?

부모님의 체중이 점점 줄어들고 계시다. 진심으로 현재의 체중이라도 지켜드리고 싶다.

드시는 식단은 수십 년을 드셔왔던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순전히 연세 때문에 빠지시는 것 같다.

건강하시지만 얼굴살이 빠지시다 보니 얼핏 보면 중병을 앓다가 회복 중인 어르신 같이 보여 속상하다.

더 속상한 건 주전부리도 마다하시며 빠지는 체중을 잡을 생각도 안 하신다는 것이다.

에잇. 아버지 어머니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못 살아~.




6



근데 웃긴 건 나는 체중이 줄지 않는다.

똑같은 밥 먹고 똑같이 주전부리 안 해도 난 살이 안 빠진다.

내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다. 쳇.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스토리 7 - 031 - 자잘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