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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27. 2022

자잘스토리 7 - 039 - 매미의 울음







1


날이 화창하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매미가 울어댄다.




2


저 성실, 근면하게 8년 동안 몸을 만들어왔습니다.

제 목청 들리시죠? 우렁찬 소리지요.

저의 건강함과 강인함을 보여주는 면모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다 여성 매미 여러분에게 어필하려고 만든 몸과 목청 아니겠습니까.

부족함 없는 제가 완벽한 여성 매미님을 배필로 맞이하기 위해 짝짓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답니다. 

자, 저를 선택해 주세요.

저를 선택 안 하시면... 저, 울 거예요.




3


매미 울음 소리가 멎었다.

선택 받았나?




4


매미는 짝짓기를 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열망이자 목표를 울며 부르짖어 종국에는 달성한다.

져니는 잘 하고 싶은 것들이 6~7가지라서 어느 것부터 부르짖어야 할지 모르겠다.

매미는 단 하나의 울음 방식으로 유일의 목표를 이뤄가는데,

져니도 그 방식을 차용하자면 울어야 하고, 목표가 6~7가지라서 울음 방식도 6~7개가 되어야 할 터이다. 

찔끔 울기, 참으면서 울기, 오열하며 울기, 대성통곡하기.. 유아적에서부터 해봤던 울음을 상기해 봐도 종류가 7개는 안되던데...




5


아무튼, 진짜 울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어느 정도 울기 직전의 절박한 마음으로 꾸준히 오래도록 행동을 취해야 되리라고 본다. 매미도 8년을 준비한 후 성체가 되어 겨우 울어젖히게 되지 않았는가.

준비 기간이 길다고 늘 좋은 건 아니지만 신중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미덕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내 계획을 이루기까지 몇 년이 남았나?

울어야 할까 보다. 오래 걸리겠구나 하는 자각에서 나오는 한숨 섞인 울음 말이다. 




6


모든 좋은, 중요한, 의미 있는 것들의 탄생과 성숙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하니 상심 말라고 나를 다독여본다.

침착하게 이성이 살아있을 때에는 이런 스스로의 위로도 어느 정도 효험이 있다.

그러나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고, 기분이 저조하고, 간밤에 잠을 설치고, 콧물이 나오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개뿔, 다 때려치워. 화가 난다. 아 몰랏!"


...라는 등의 혼잣말과 함께, 볼펜을 소심하게 방바닥으로 일부러 떨어뜨리는, 난동을 부린다.

방금은 성질대로 거칠게 물을 홀짝 마셨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7


이런 와중에 매미가 다시 운다.

짝짓기... 실패했나?

흠... 기분이 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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