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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ug 20. 2022

자잘스토리 7 - 038 - 환절기와 냉차







1


그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어제부터는 안되는 거였나 보다.

일어나니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나왔다. 창문을 열고 잠잔 탓이다.

머리도 지끈 아프고 왠지 호흡도 가빴다.

이러다 죽지는 않겠지?... 아마?




2


환절기다. 신체감각기관이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아예 덥거나 아예 서늘하면 괜찮은데, 은근하게 덥다가 시원하다가 습하다가 차갑다가 건조해지다가, 뭐 이런 식으로 기온, 습도, 풍속이 빠르게 바뀌어버리면 내 몸이 그 민감함에 맞춰 적응하려다가 실패해서 탈이 나버린다.




3


게다가, 서늘하면 몸을 따뜻하게 할 온차를 마셔야 하는데, 뻔히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시원한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냉차를 마시는 내 태도도 문제이다.

대놓고 '그냥 앓고 말겠어, 어디 와봐!'라고 대항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 그냥 맛있어서 냉차를 선호하는 것 뿐이다.




4


일종의 고집으로 보이려나?

오기와 아집은 흘려보내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때이다.

건강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렇다, 나는 현명하게 처신하겠다.

오기와 아집을 꼭꼭 씹어먹어 다 소화시켜버리겠다는 다짐을 할까 한다.




5


근데... 고민이 하나...

냉장고에 아침부터 냉침한 밀크티가 한 잔....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나는 현명하게 처신해야겠다.

오기와 아집을 밀크티에 실어 흘려보내겠다, 뱃속으로.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먹어 다 소화시켜버리겠다.




6


환절기 결론, 창문은 닫고 잠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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