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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Sep 24. 2022

자잘스토리 7 - 043 - 희'환'한 웃음







1


직장을 다닐 때, 어느 날 회사 사람 두 명이 한 책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당시 예쁜 그림체와 못지 않게 곱고 예쁜 이야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에세이 그림 책이 대상이었다. 

회사의 업무 특성상 그 그림의 모양과 색감을 살펴보기 위해 나도 그 책을 읽어봤다. 

당시 나는 스펙터클한 영화 이야기에 길들여져있던 터라 내게 그 책의 내용이 민숭민숭한 감이 없지 않았다.

회사 사람 두 명은 


"너무 이야기가 착해요, 안 그래요?"


"너무 착하다기보다... 뭐랄까.... 예쁜 이야기로만 채웠고.. 음..."


"착한 것보다는 착한 '척' 하는 거 같지 않아요?"


"그 말이 딱 맞네!"


그 두 명은 그 책을 ''착한 척' 하는 내용의 그림 예쁜 책.'으로 규정했다.




2


오랜만에 연락이 된 내 친구는 내게 안부 인사를 보내면서,


"요즘은 밀크티에 꽂혔다며?"


"그걸 어떻게 알아? 최근 일인데?"


"내가 또 연락하기 전에 한번 네 블로그 슥 읽어봤지."


"아하하! 아... 참... 내 글 어떻니?"


"글 보면, 네가 생각나, 딱 너야, 맑고..."


"가식적으로 보이진 않아?"


"어? 계속 읽은 건 아니라서 그렇게까지는 모르겠고... 가끔 읽는데, 맑고..."


"그래, 가끔만 읽는 게 좋겠다. 그래야 가식적인 거 안 보이지."


'딱 너야, 맑고...'라는 친구의 한 마디에 나는 이미 받을 칭찬은 다 받았다고 생각했다.




3


사실 가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쓰는 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을 하면서도 글 속에 막상 자신이 소환되면 착하고 선량하고 정의로우며 현명한.... 

한마디로 좋은 사람으로 묘사해 넣는다고 하더라.

나도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착하고 좋은 사람인 척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인다.

근데 확실히 알겠다. 나는 아직도 아이 같은 면모가 강해서 칭찬이 너무 좋다.

친구가 '가끔 읽는데, 맑고....' 라고 한 말의 뒷 부분이 궁금하다.

너무 멋쩍어서 내 스스로 그 이어질 칭찬 부분을 끊고 말을 돌렸다.

사실 진심은,


'어서 더 말해주오. 재미있지는 않아? 센스 넘치지는 않아? 내가 좋아할 말을 해주오. 어때?

맑게, 어떻게 맑게? 생수같이 맑게? 비온 뒤 공기처럼 맑게?

화장해서 잡티 하나 안 보이는 피부처럼 맑게? 응?

 어떻게 맑게? 래미네이트 치아처럼 하얗고 맑게? 

얼른 말해주오~~~!'


...라고 호들갑을 떨며, 졸라대며, 입금 의사를 밝히며 칭찬의 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 같은 면모가 강하다고 아이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 듣고 싶으면서도 멋쩍어서 차마 듣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심정에 괴로울 따름이었다.




4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많다.

그중에 전달력 강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 소수의 사람들 중에 의미와 재미까지 전달하는 필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문장가의 글을 읽고 싶어 할 것이다.




5


지금 와서 생각하면 두 직원이 언급한 '착한 척' 한다는 그 책은 고운 이야기를 너무 정직하게 썼던 것 같다. 

그림이 예뻤기에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었으나 내용면에서는 성인 독자들을 홀리기엔 뭔가가 조금 미흡해서 '척'한다는 평을 받았던 것 같다.




6


정말 글을 기깔나게, 끝장나게 잘 쓰고 싶다.

무엇을 쓰든지 간에 글 안에 희로애락 감정 중 한 가지 감정 정도는 전달하고 싶다.

지금 1~5번까지의 글에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아시겠는가?

모르시겠는가? 민망해서 잠깐 웃고 가겠다.

희희희희희!

내가 전달하고픈 감정은?

희희희희희!

웃음이 뭐 그러냐고?

나 원래 그렇게 웃는다. '희희희~'




7


희희희 하는 환한 웃음.... 줄여서,

희'환'한 웃음.

(응? 안 그래도 희한하다고?)


이래도 모르신다면, 나.... 참..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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