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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Sep 16. 2022

자잘스토리 7 - 042 - 가을이라







1


(수요일 현재 일기예보에선) 다음 주 화요일에 비가 온다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엔 장마는 끝이 났고 다음 주의 비는 그야말로 가을비가 아닐까 싶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2


올해에는 모기에 4방 물렸다.

우스운 것은 그 4방을 모두 깨어있을 때 물렸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빼놓지 않고 모기향을 피워주셔서 잘 때쯤에는 모기가 다 도망가거나 죽고 없어서 물리지 않고 쾌적하게 곤히 잠들었는데, 

외려 깨어있을 때, 눈 번쩍 뜨고 있을 때, 따끔한 기색도 없이 갑자기 가려워져서 다리를 긁다 보면 그 자리가 부풀어 올랐다.

모기에게 물려서 부풀어 오르는 그 모양새를 아시는가?


나는 그걸 '아일랜드식 자국'이라고 명명했다.

평편한 다리 살갗에 섬처럼 부풀어 오르는 그 모양새... 기분이 별로다.

내 다리에 섬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니 다리가 더 육중하고 두꺼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튼 아일랜드식 자국은 손톱으로 십자 가르기를 해봐도 가려움이 사그라들지 않고 더 부풀기 일쑤이다.

가을 모기가 독하다던데 정말 장난 아니다.




3


밤이면 벌레우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창밖 저쪽 덤불에서 최소 세 종류의 벌레가 울어젖히고 있는데,


지금이 몇 신데 울고 앉아있니!


라고 짜증 내지 않는 것은 그 소리가 음정, 박자가 맞는 듯, 정말 합주인 듯 들려서이고, 스산한 가을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져서이기도 하다.


잠시 생각해 봤는데, 모기도 날갯짓 소리로 저 합주에 동참한다면?

그 소리가 어울린다면?

어울린다면... 어쨌든 나는 모기약을 뿌리겠다.

(내 다리에 섬 만든 모기 놈 나와~~!)




4


곧 가을비도 온다 하고, 모기도 기승을 부리고, 밤이면 벌레들이 합주를 하고,

하늘은 높고, 먹거리는 풍부하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고, 그야말로 가을이라 하겠다.




5


진짜 참 가을이라 하겠다.

누리고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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