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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Sep 10. 2022

자잘스토리 7 - 041 - 괄사 하나







1


요즘 '괄사'를 알아보고 있다.

올 초 목에 멍울이 생겼고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다고 했으나, 그 일로 나는 한껏 식겁했었다.

이후 건강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운동을 안 할 거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몸에 좋은 것들을 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2


운동은 싫고, 보약 같은 거 비싸고 맛도 없고, 영양제는 먹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많이 먹게 될 거 같은데, 

게다가 알약들이라서 물과 함께 다 삼키고 나면 뱃속에서 출렁거림이 느껴질 것 같고... 아. 싫다.

뭐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3


이것저것 웹을 검색하다 보니 림프액 순환에 대한 내용을 봤다.

림프액이 잘 순환되도록 마사지 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한다.

어쩌면 내 목의 멍울도 림프액이 잘 순환되지 않아서 생긴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 그래!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내 목의 멍울과 상관없이 건강에 상관이 있다면 하는 게 낫겠다!




4


그러나 근처에 마사지 센터는 없고, 있어도 외출하는 거 싫고, 

있어서 다니더라도 눈, 비 오면 가기 싫어 빼먹을 것이고... 그럼 돈이 아깝고...

생각 끝에 도구 사서 스스로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5


그래서 찾아보다가 마사지 기구 '괄사'를 알게 되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괄사에도 여러 가지 모양이 있지만 

그중 하트 모양인 하트 괄사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고 

이것은 다시 재질에 따라 아크릴, 유리, 세라믹, 도기, 방짜 유기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가격으로 가늠해 보면 6천 원에서 3만 원 언저리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략 중간값의 것으로 골라볼까 했는데, 왜 있잖은가. 한국 사람은 비싼 걸 더 선호한다고, 

'견우야,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봐.'라고 외치며 화면 위로 방황하던 눈이 나도 모르게 

질끈 감기더니 눈물이 나왔다, 하도 검색하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눈이 시어서.




6


결국 제품들 중 용도, 가격, 내 취향에 알맞은 것을 선택하고 주문하려고 보니... 추석 연휴.

어차피 당장 받아볼 수 없다면.... 고단하지만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근데 골랐던 것 보다 더 비싼 게 눈에 아른거린다. 상세 설명을 봐도 좋은 건 확실해 보였다.


견우야, 어떡해....




7


기본적인 괄사가 하트 모양이고 그 이외 다양한 모양의 괄사가 있다.

검색하다 보니 유기 그릇, 그러니까 술잔이나 작은 종지 같은 모양의 괄사도 있었다. 

유기라서 가격이 높았으며, 신체의 각 부분이 여러 가지 형태라서 그에 적합한 괄사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채로웠다. 

그러니까, 나의 핵심 요점은, 온 신체를 다 마사지 할 수 있게 그 각양각색의 괄사를 다 갖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견우야.... 돈 좀 꿔주라.




8


어떤 취미나 활동을 시작할 때 장비 빨 부리는 사람이 꼭 있다.

나는 다행히도 휘둘려 장비빨을 부리지는 않지만, 나라고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큰마음 먹고 시작하다가 이내 시들어져서 그만두게 될 때의 실망감이 싫어서,

그러니까 소소하게 시작해 점차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낄 때, 그렇게 느낄 때의 그 감정이 귀하다고 여겨진다.

시작은 정말 마지못해 시작하는 사람처럼 장비를 구색만 맞춰서 구비한다.

그런 후 활동이 점점 능숙해지면서 그제야 꼭 필요한 장비를 구비해나가는 그 과정, 그 어느 순간에 깊어지는 감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




9


하트 괄사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다.

귀밑과 목, 쇄골, 겨드랑이...

일단 림프액 순환계에 속하는 그 정도만 관리해 볼 생각이다. 

림프액이 순환이 잘되면 붓기도 빠진다고 하더라.

나는 얼굴이 맨날 붓는다. 하트 괄사 써서 얼굴 붓기가 빠지면....

어? 이러다 조인성처럼 되는 거 아냐?

(아 참... 나 여자구나.)




10


건강에 신경 쓰겠다는 말을 너무 길게 썼다.

하트 괄사 하나 사서 당신도 미용과 건강에 투자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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