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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Oct 22. 2022

자잘스토리 7 - 047 - 어머니의 거부







1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게 된 이후, 착실하게 마스크를 착장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제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건물 안이나 모임 자리에서는 마스크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2


처음 마스크를 착장할 땐 내 숨이 너무 뜨겁고 축축해서 매우 답답했다.

그 시기가 익숙해지자 그 다음부터는 좀 좋은 점도 있었다.

평소 외출 시에는 화장을 했다.

하지만 마스크는 눈 밑부터 턱까지 내 얼굴을 몽땅 잡아먹었고, 나는 앞머리가 눈썹까지 내려온 헤어스타일이었기에, 마스크를 하면 눈밖에 안 보였다.

이 시기에 여자들의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많이 팔려나갔다고 하더라.

나는 눈매가 조금 진한 편이어서 원래부터 피부화장만 했다.

나로서는 아이 메이크업 제품을 원래부터 구입하지 않았고, 꼬박꼬박 구입하던 스킨 메이크업 화장품은, 야후! 살 필요가 없어졌다. 

마스크로 가려지는 피부를 굳이 왜 화장하나 싶었다.

외출할 때도 나는 맨얼굴로 마스크가 한 겹의 화장인 듯 착용하고 나갔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여자분들이 꽤 있었는지, 눈 화장만 하고 회사 출근한다는 분도 있다더라.




3


코로나의 여파도 적어지고 있고, 바깥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완화된 조치가 생겼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쓰다가 벗다가 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한결같이 쓰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아직도 외출 시 화장을 하지 않는다.




4


나는 평소에도 화장하는 게 귀찮았다.

예전에 맨얼굴로 도서관 가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요즘은 여자들이 모두 다 꾸며서 예쁘기 때문에, 네가 예쁘다고 안 꾸미면 뒤처지게 되어있어. 화장 좀 하고 다녀."


('네가 예쁘다고'는 어머니의 의견임을 밝힌다.)


틀린 말씀은 아닌 것 같아서 피부 베이스 화장과 색 있는 립밤을 발라 최소한의 노력을 행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던 어머니도 코로나 시절의 마스크 착장이 편하신 면도 있으신가 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어머니도 화장을 안 하시고 마스크로 덮고 다니시더라.


어머니, 요즘 아주머님들이 피부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하시게요. 어머니가 귀엽다고 피부관리 안 하시면 뒤처지게 되어 있어요. 

제가 구입한 기미 크림, 어머니, 왜 안 바르신다는 거예요? 

나만 사용하기 미안해서 어머니 몫까지 샀는데, 이러시기예요?

마스크로 가려져도 눈가, 이마는 안 가려지잖아요. 

그냥 세수하고 나서 한 번씩 바르면 되는데, 정말 이러시기예요?

제 효심이 퇴색되잖아욧!




5


아무튼 코로나 시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엄청나고 그래서 코로나는 세계적인 재앙이었다.

거시적으로는 인류의 재앙, 겉잡을 수 없는 죽음들과 추락하는 세계 경제 등이 있었겠지만, 미시적으로는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시민들의 소란, 마른 기침도 억지로 삼키며 눈치 보는 사람들, 한번 쓴 마스크가 깨끗해서 다시 한번 쓰는 소시민들, 자신의 구취와 침 냄새를 처음 알게 되는 직장인들, 그리고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사람들 등등.




6


거시적으로 보이는 굵직한 일들이 결국에는 미시적으로 보이는 자잘한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람들은 대체로 거시적인 것에 예민하지 않다.

지하철에서 기침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겁나고, 마스크가 답답하고, 모임이 없어서 무료하고... 등등

그런 미시적 일들 중에 내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아는가?




7


팬데믹 시기에 주사 맞느라 예약하고, 부모님이 감염으로 격리 조치 되시고, 식사 챙겨 방으로 넣어드려던 것 등등, 그런 일들은 이제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스크가 가려지지 않는 곳에 주근깨와 기미가 생기니까, 나도 쓰는 김에 어머니도 쓰시라고 넉넉히 산 기미 크림.

그걸 어머니가 안 쓰시겠다고 거부.




8


바보.

어무니는 바보.

어무니 얼굴 예쁘게 되시라고 산 건데, 거부하시다니.

어무니는 바보.

내 맘도 몰라주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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