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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03. 2022

자잘스토리 7 - 053 - 괄사 사용기








1


괄사 사용기와 에피소드 쯤이다.




2


올해 초 목에 멍울이 생겨서 검사받았다.

일단은 이상이 없다고 했으나

개인적으로 열심히 검색하다 보니

림프액 순환이 문제일 수도 있단다.

그 경우 순환을 돕는다면 건강에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순환을 위한 마사지기를 찾다 보니 괄사 기구를 알게 되었다.

괄사는 몸을 문질러 자극해서 몸의 기능이나 순환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아무튼 나는 일단 건강을 위해서 괄사를 찾았었던 것이다.




3


조금씩 검색을 하여, 제일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하트 괄사를 발견, 구입했다.

구체적 사용법은 유튜브 영상에서 배웠다.

목과 승모근과 어깻죽지, 팔과 어깨와 겨드랑이 등을

문질러 마사지 하는 법을 익혔다.

일단 방법대로 사용해 보니 목과 승모근은 아주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아서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4


유튜브 영상을 살펴볼 때 하트 괄사로 얼굴 마사지하는 법도 있었다.

나야 목둘레의 림프 순환을 위해 구입한 것이지만

얼굴을 마사지하면 동안으로 만들어준다니 손해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김에 얼굴 괄사 마사지를 했다.




5


어렸을 때는 얼굴이 건강하고 균형적인 모양새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왼쪽 입꼬리가 처지기 시작했다.

얼핏 봤을 땐 잘 몰랐고 나조차도 기분상 그렇게 보이는 줄 알았다.

근데 점점 왼쪽 입꼬리가 처지더니 입매가 사선으로 기울었다.

노화도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음식물을 주로 왼쪽으로만 씹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6


괄사를 사용해 얼굴 마사지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열댓 번의 마사지로 그날 당장 입매가 일직선으로 제대로 돌아왔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다.

추측하기로는, 아직 젊은 데다가 너무 늦은 시기가 아니었기에 

마사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온 것 같았다.

입매가 돌아온 걸 단 하루만에 느꼈으니 내 기분이 어떻겠는가.




7


애초 괄사의 이용목적은 림프액 순환을 위한 마사지 용도였는데

어느새 작고 균형 있는 얼굴을 위한 마사지 용도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괄사를 구입했던 것을 잊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틀에 한 번씩 얼굴과 함께 몸을 괄사 마사지 한다.




8


이런 좋은 걸 나만 할 수 있나,

어머니께 얼굴 괄사 마사지를 해드렸다.

어머니는 연세가 드셔서 아무래도 효과가 적지 않을까 싶었다.

해드려 봤더니 피부 탄력도가 낮으셔서 그렇게 극적인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확연하게 이마, 눈가, 입가 주름이 조금 옅어지시며

피부가 팽팽해지시는 게 보였다.

어머니 스스로도 제일 얕았던 이마 주름은 펴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9


이제는 홀수 날마다 어머니께 얼굴 마사지를 해드리겠다고 약속 드렸다.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이 말씀하셨지만 또 아주 싫은 건 아니셨던지

내 요청에 따라 누우셔서 자세를 바로 하셨다.

마사지 샵 직원이 할 법한 억양과 목소리로 장난스레,


"네, 손님, 편하게 누워주시고요. 시작합니다."


...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재미있으신지 쿡쿡 웃으셨다.

어머니 얼굴은 피부가 얇으셔서 내 얼굴 할 때보다 

더 조심해서 힘 조절을 해야 했다.

최대한 살살 골고루 마사지 해드리고,


"끝났습니다, 손님. 수고하셨어요. 저는 전혀 힘들지 않답니다."


...라고 직원 코스프레를 이어갔더니 어머니는 웃으셨다.

내가 방을 나가는 순간까지 어머니가 쿡쿡 웃으셨는데

그게 내 기분까지 즐겁게 했다.




10


다음엔 '손님' 대신 '여사님'이라고 해봐야겠다.

더 좋아하실까?

호칭이 무엇이든 간에 어머니는 웃으실 것 같다.

그냥 마냥, 자식이 예뻐서 어쩔 줄 모르시는 분이시니깐.


아무튼 괄사 하나가 어머니와 나에게 건강한 피부 근육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얼굴 마사지 하실래요?'라고 하면 질색하실까 봐 

아버지껜 아직 제안을 못했는데, 곧 아버지에게도 '손님'이라고 불러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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