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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10. 2022

자잘스토리 7 - 054 - 딸, 언니 같은







1


지난 주말에 집에 온 오빠는 겨울용 등산 넥워머를 가져왔다.

아버지 쓰시라고 사 온 넥워머는 날이 추운 요즘 딱 적당하게 착용할 수 있겠더라.

아버지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좋아하셨다.

오빠가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언뜻 어머니가 내게 말씀하시는데,


"네 아빠는 두르고 쓰고 할 것들이 많아.

네 아빠가 안 쓰면, 오늘 오빠가 사 온 건 내가 써야겠다."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다음날 오빠에게서 "어머니도 넥워머 하나 사드릴까요?"라고

전화가 왔었다는데 어머니는 "난 없어도 된다. 사지 마라."라고

만류하셨단다.

어머니는 내게


"네 아빠 것을 내가 쓰면 되니까."


...라고 만류의 이유를 말씀하시더라.

왠지, 하신 말씀들을 조합해 들었을 땐, 

어머니께서 호시탐탐 노리시다가 아버지의 넥워머를 

탈취(?)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렸지 뭔가.ㅎㅎ

그 이후 말씀을 살펴 들어 보면,

'또 사면 넥워머가 두 개나 되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

네 아빠가 다른 거 착용하고 등산 가서, 넥워머가 놀고 있을 때, 

내가 그때 놀고 있는 넥워머를 사용하겠다.'


...라는 의도셨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 참.... 오빠가 사다 드린다고 할 때, 그냥 못 이기시는 척 그러라고 하시지... 참.





2


부모님은 생신이 지난 지도 한참이다.

생신도 아닌데 선물.

이유 없이 갑작스레 받는 선물이 아버지껜 깜짝 선물이라 기분 좋으셨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번엔 오빠가 어머니께 겨울 모자를 선물했었다.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어머니가 오빠, 언니의 마음을 기쁘게 받아들이셨다.


"그래도 백화점에서 모자를 보고 이 엄마를 떠올렸다는 게 기특하네."


...라고 하시며 모자를 들춰봤다가 써보고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맵시를 확인하시며 즐거운 표정을 보이셨다.




3


얼핏 듣기로 오빠의 처가에서는 오빠를 '딸 같은 아들'이라고 하셨단다.

오빠의 세심함이 처가에서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오빠는 나에게도 언니 같은 오빠이다.


일례로,

내가 쓰는 노트북 상큼이를 오빠가 알아봐서 사다 주었다.

물론 가족 간에도 돈거래는 확실해야 하므로 오빠에게 노트북 값을 치러주었다.

오빠는 중고 사이트에서 새 노트북을 알아내어 판매자와 연락, 만나서 받아 온 뒤에,  

멀쩡한지, 고장은 없는지를 확인해보고 나서

그 주가 지나기 전에 얼른 내게 갖다 주었다. 

오매불망 노트북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알고  오빠가 마음을 써준 것이다.

그때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출퇴근하는 사람에게 그런 일이 꽤 귀찮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 배려는 돈으로 갚을 수 없는 것이니,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 어떤 행동, 어떤 물질로 갚아야 할지,

살짝 머리가 아프다, 갚을 궁리하느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언젠가는 한 번 크게 갚을 거다.


또 하나의 예로는,

노트북이 잠깐 고장이 나자, 오빠는 그 소식을 들은 1주일 내에 데스크톱을 주문해 줬다.

나야 컴퓨터를 사용할 줄만 알지 부품, 사양 등은 몰라서 혼자 주문하기가 어려웠는데,

오빠가 선뜻 알아봐 주겠다고 해서 참 기뻤다.

배달된 컴퓨터를 받아들고 키보드, 마우스 등등의 잭을 혼자 연결해 봤다.

다 맞는데 모니터 잭만 맞지 않아서 곤란했다.

그때에도 오빠가 구원투수로 등장해 줬다.

직접 잭을 사가지고 와서 설치해 줬던 것이다.

자신이 쓸 물건도 아닌데... 집도 멀면서...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여서 마련해 주다니....

나는 심정적으로 감동의 눈물을 쏴아아~ 흘렸다.

아.... 다정한 오빠.

이제 언니라고 부를까 보다.




4


우리 남매는 어릴 적엔 서로 본체만체 관심을 안 뒀었는데,

이제 나는 가끔 오빠가 집에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언니.... 다음에 새언니랑 집에 올 때 연락 줘.

맛있는 거 해 놓을게.




5


오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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