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과 함께 얇은 테이프를 주문했고
택배가 도착했다.
책을 뒤적이다가 다시 택배 상자 안을 보니
너무나도 얇고 작은 테이프가
연약한 자태로 상자 구석에서 나타났다.
이 얇은 테이프는 '체크박스 테이프'이다.
테이프에는 정사각형 네모가 간격을 두고
일정하게 박혀있었다.
이 테이프를 세로로 주욱 붙이고 그 네모 옆에
to do 리스트를 쓰고, 실행 여부를 체크해 나가는
그런 용도로 쓴다고 한다.
아무튼 얇디 얇은 이 테이프를
당장 저녁부터 사용해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2
그런데 한 3시간 뒤에 살펴보니 테이프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집에 있는 사람의 행동 반경이 뭐 그리 크겠나?
빤히 방 안에서 사라졌으니 방안 어딘가에 있겠지.
그러나 이날 나는 되게 많은 일을 했다.
방 정리를 하고 서랍 정리까지 하느라 여기저기 손을 많이 댔다.
테이프는 그 손댄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으나
찾을 의욕도 기운도 없었다, 방정리 하느라 하도 힘을 써서.
게다가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찾을 시간도 많지 않았다.
결국 이날 찾지 못하고 나는 찜찜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나는 간간이 테이프를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면
테이프의 행방을 알아내려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이날의 끝자락, 나는 짜증이 나서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3
오늘 아침에 깨어날 때, 반쯤 깼을 때, 방금 전 꾸던 꿈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침대 밑 가운데 서랍 안에 있는 종이 상자를 열어보고,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꿈이 심상치 않아서 일어나자마자 나는 침대 밑 가운데 서랍을 열었다.
그 서랍은 그저께 정리했던 서랍에 해당했다.
그 안에 상자가 있었다. 그건 그날 정말 잠깐 열어보고 닫았던 상자였다.
나는 반신반의 하며 그 상자를 열었다.
정말 어이없게도 '체크박스 테이프'를 그 안에서 발견했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여기 있다...."
꿈은 완벽히 재현되었다.
4
이런 일이 처음이라....
꿈이 질문의 답을 알려준다?
잘 믿기지 않는 일인데, 신기하네.
찾던 걸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문득 나는 오늘 밤, 내가 중얼거릴 말을 알았다.
5
'도대체 로또는 몇 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