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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17. 2022

자잘스토리 7 - 055 - 꿈의 재현







1


책과 함께 얇은 테이프를 주문했고

택배가 도착했다.

책을 뒤적이다가 다시 택배 상자 안을 보니

너무나도 얇고 작은 테이프가

연약한 자태로 상자 구석에서 나타났다.

이 얇은 테이프는 '체크박스 테이프'이다.

테이프에는 정사각형 네모가 간격을 두고

일정하게 박혀있었다.

이 테이프를 세로로 주욱 붙이고 그 네모 옆에

to do 리스트를 쓰고, 실행 여부를 체크해 나가는

그런 용도로 쓴다고 한다.

아무튼 얇디 얇은 이 테이프를

당장 저녁부터 사용해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2


그런데 한 3시간 뒤에 살펴보니 테이프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집에 있는 사람의 행동 반경이 뭐 그리 크겠나?

빤히 방 안에서 사라졌으니 방안 어딘가에 있겠지.


그러나 이날 나는 되게 많은 일을 했다.

방 정리를 하고 서랍 정리까지 하느라 여기저기 손을 많이 댔다.

테이프는 그 손댄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으나

찾을 의욕도 기운도 없었다, 방정리 하느라 하도 힘을 써서.

게다가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찾을 시간도 많지 않았다.

결국 이날 찾지 못하고 나는 찜찜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나는 간간이 테이프를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면 

테이프의 행방을 알아내려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이날의 끝자락, 나는 짜증이 나서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3


오늘 아침에 깨어날 때, 반쯤 깼을 때, 방금 전 꾸던 꿈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침대 밑 가운데 서랍 안에 있는 종이 상자를 열어보고,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꿈이 심상치 않아서 일어나자마자 나는 침대 밑 가운데 서랍을 열었다.

그 서랍은 그저께 정리했던 서랍에 해당했다.

그 안에 상자가 있었다. 그건 그날 정말 잠깐 열어보고 닫았던 상자였다.

나는 반신반의 하며 그 상자를 열었다.

정말 어이없게도 '체크박스 테이프'를 그 안에서 발견했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여기 있다...."


꿈은 완벽히 재현되었다.




4


이런 일이 처음이라....

꿈이 질문의 답을 알려준다?

잘 믿기지 않는 일인데, 신기하네.

찾던 걸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문득 나는 오늘 밤, 내가 중얼거릴 말을 알았다.




5


'도대체 로또는 몇 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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