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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한바탕 웹 쇼핑을 했다.
전자 저울도 사고 빵가루도 사고 바닐라 익스트랙도 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샀는데, 그중 '바닐라 익스트랙'은 장바구니에 넣으면서도
너무 생소한 이름의 재료라서 구매를 위한 체크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이 미세하게 바들거렸다. 갈등으로 인한 긴장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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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적은 용량 대비 높은 가격도 영 손끝을 진정시키지 못하게 했다.
아무튼, 바닐라 익스트랙의 사용처는 색다른 커피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이다.
어머니는 흑당버블라테를 좋아하시고 애음하신다.
벌써 한 2년여 정도 드셨다.
질릴 만도 하지 않으실까?
그러나 사실은, 어머니가 흑당 펄 라테에 질리시기 전에
내가 그 음료를 만드는 데에 진력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 새롭고 입안에서 착 감기듯 향이 퍼지는
그런 라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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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커픽처스 채널을 애청한다.
그곳에서 버터크림 라테의 레시피 영상을 봤다.
그 영상이 만들어진 지가 이미 1년 전이고
그 1년 하고도 이전에 진작 맛을 인정받은 음료였던 모양이다.
카페마다 그 음료 판매로 엄청난 판매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얼추 1년 반 전에 버터크림 라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한참이 지난 이제야 알고 만들겠다는 것이,
뭔가 시류를 몰랐던 것 같아서 '크읏'하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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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흑당 라테를 좋아하신다.
여름에는 '냉'으로, 요즘은 '온'으로 만들어달라 하신다.
내 보기에 믹스커피도 이렇게 자주 드시진 않았지 싶다.
취향에 맞으면 한결같이 애용하시는 어머니의 식성향을 알지만,
그래도 내심 다른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만들어 드리고 싶은' 것이 아니고 '만들어 보고 싶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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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고객의 니즈와 취향에 맞는 음료를 제조 및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져니 홈 카페>를 잘 운영하고 싶었는데, 고객이 단 두 분인데,
두 고객분이 자꾸 같은 것만 주문해서 정말 죽겠다.
그제, 어제, 오늘, 내일, 모래 계속 흑당 라테....
흑... 다른 걸 좀 주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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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일단 만들어서 드려보고 맛있다고 하시면
<져니 홈 카페>의 메뉴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고,
별로라고 하시면 다시 다른 레시피를 알아봐야겠다.
아무래도 고객 두 분께서 커피샵은 자주 안 가시니까,
메뉴에 대한 정보가 풍성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그래서 카페 주인장 져니는 고객분들 입맛의 지평을 넓혀줄
기깔나게 맛있고, 만족스러워 깔깔 웃게 해드릴 새 메뉴를 들여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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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점으로 바로 버터크림 라테를 택했다.
정확한 계량을 위해 전자 저울도 구입했다.
생크림과 버터가 들어간다는 점이 썩 마음에 든다.
어머니가 마른 체형이셔서 좀 찌워드리고 싶은데 딱 좋다.
아버지도 풍채가 좋으셨는데 좀 빠지셨다. 그래서 딱 좋다.
이제 남은 건 맛있게 만드는 것, 그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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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로는 좀 늦었지만, 입맛에 맞기만 하면 뭐가 대수랴.
오늘 저녁 늦게 택배가 도착할 것 같다.
커픽처스 영상을 되풀이해서 시청해둘 생각이다.
고객님들은 지금 안방에서 편하게 TV 시청 중이시다.
누구는 고민 중인데... 이러시기 있기 없기?
-져니야, 제발 한 잔만 만들어 줄 수 있겠니? 부탁이야~
-그래 져니야, 네 엄마랑 나 먹게, 두 잔만 만들어 주라, 부탁이야~
...라고 처절하게 울부짖으시며 부탁하는 부모님께,
-대신, 저 늦잠 자면 뭐라 하시면 안돼요.
-가스나야, 네가 보통 많이 자는 게 아니잖아, 열 몇시간을 자니까, 걱정ㅇ....
-만들지 말까 봐요.
-아니야! 아니야! 제발!
-당신은 왜 쓸데 없이.. 져니야 아빠가 부탁한다, 솜씨를 보여주렴~
...라는 악독한 시나리오를 써놓고 있는 중이다.
일단 처음 두세 잔은 그냥 드시게 드리고
그 다음잔부터는 조건을 붙일거닷! 크하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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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커픽처스 채널로 레시피 복습하러 가려 한다.
이만.... 총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