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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31. 2022

자잘스토리 7 - 057 - 생명의 과정은






1


올 한 해의 파일 정리를 시작했다.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아서 jpg 파일도 많지 않을 것이고,

올 한 해는 책을 읽던지 말던지,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던져버리기 위해

독후감도 적지 않았다. 영화 감상문도 쓰지 않았고,

전시회 관람은 코로나로 접다시피 해서, 전시 감상록도 기록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파일을 생성하지 않아서 컴퓨터의 드라이브가 한창 가벼울 때다.




2


손톱 거스러미를 뜯다 보니 듬성듬성 살점이 뜯겨,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다.

물이라도 닿으면 쓰라리기 때문에 설거지는 고무장갑을 꼭 끼고 한다.

아까 손을 집어넣다가 고무장갑 한 짝을 놓쳐 물에 빠뜨렸다.

별수 없이 맨손으로 설거지를 했다.

오늘따라 요리를 하는 바람에 그릇을 많이 씻어야 했다.




3


못난이 양송이 2kg을 샀다.

어머니는 그걸 언제, 무엇을 만들어 다 먹겠냐며 쉽게 무르는 것이라

절반도 못 먹고 버릴지 모른다며 걱정을 하셨다.

핫핫핫!

내가 그런 계산 안 하고 2kg을 샀겠는가.

택배 받은 당일, 벌써 1/4은 양송이 수프를 만드는 데 소진했다.

양파, 양송이 볶는데 버터 냄새가 기름져서 싫다 시며 피하셨던 어머니께서,

막상 완성된 양송이 수프를 드리니 맛있다고 흡족해하셨다.

어머니는 맛보시라고 건네드린 한 그릇의 수프를 다 드시고 한 그릇을 더 드셨다.

한 수저 뜨면 수북이 들어앉는 양송이 조각들이, 

수프를 전채가 아닌 어머니의 본식 저녁식사가 되게 해버렸다.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도마, 칼, 계량 저울, 계량 컵, 맛 보느라 사용한 수저와

접시 등등이 수두룩해서, 설거지 꺼리가 한 가득이었다.

설거지 자체는 쉬운데, 뜯긴 손톱 거스러미가 '앗, 따거!'를 연발하게 했다.

바가지도 크기별로 6개쯤 있고, 젓가락도 세벌 이상 있고,

그릇과 냄비 등은 수도 없이 많이 있는데,

어째서 고무장갑은 여벌이 없는가? 참내, 기가 찬다. 되게 따가웠단 말이다.

속으로만 꿍얼대면서 닦다 보니 어느덧 따가움도 무뎌져서 참을만 해졌다. 

아무튼 내일은 널어놓은 고무장갑 안쪽이 마르기를 바랄 뿐이다.




4


올해는 새 해초에 조금 그림을 그렸으나, 어느 순간 그림에서 손 놨다.

근데 희한한 게 놓아버리려고 하는데, 포기가 안된다.

놓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외려 그림 관련 책을 더 구입하기 시작했다.

수채화 그리는 책, 인체 그리는 책, 데일리 그림 그리는 책.

그림은 안 그리는데 인체 뎃셍 상식은 그전보다 더 늘어난 상태 같다.

이러려면 내가 왜 그림을 손 놨을까?

슬쩍 그려볼까?




5


책 <아티스트 웨이>에 '모닝 페이지'를 써 버릇 하면 발상력이 좋아진다고 나온다.

이 책은 수년 전에 읽었고, 모닝페이지 쓰는 법도 잘 알고 있었으나,

나는 행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모닝 페이지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써야 하는데,

나는 어느 땐 새벽에도 일어나고, 또 어느 땐 아침에도 일어나고,

가끔은 낮에도 일어나며, 때때로 저녁에 일어나기도 한다.

도저히 '모닝'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실천할 수 없는 벽이 있었기에,

차선으로 나는 '기상 일지'를 쓸까 한다.




6


우리 집 옆에 전봇대가 있는데, 둔탁한 뇌 활동을 위해

전봇대에서 고압선 두 가닥 뽑아서 내 머리에 대 볼까?

어쩐지 모닝 페이지보단 전기 자극이 더 뇌 활성화가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아서라. 자칫 머리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발이 빨라질지도 모른다,

플래쉬 맨이 되어버릴수도.

아무튼 새해에는 기상 일지를 써볼 생각이다.

잘 될지 모르지만 해보는 데에 의의를 두며 시도해 봐야겠다.




7


올 한 해가 가버리는 게 아쉽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이 맞다.

그렇게 되돌아보며 반추한다는 것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무조건 열심히 사시라고 말은 못하겠으나,

아쉽다면 일심히,혹은 이심히... 또는 오심히, 아니면 구심히....

미안하다. 본인은 아재 연세이다.

아무튼 생명의 본질은 살아내는 것이고,

생명의 과정은 성장해나가는 것이라고 믿는 져니로써는,

그래도 조금은 힘내서 성장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조금 힘내서? 어떻게?

일심히, 혹은 이심히... 또는 오심히....




8


알찬 답을 드렸고,

이제 마무리 할까 한다.


2022년은 궁리를 많이 했던 해였고, 많이 실행하지 못해서 아쉬운 해였다.


2023년에는 더 많이 궁리해서 실행해 보고, 컴퓨터 드라이브가 무겁도록 

많은 작업물을 저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겪는 시행착오도 경험으로 받아들일 유연함과 배짱이 생기길 바래본다.


2022년 안녕! 잘 가!


2023년 안녕!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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