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처음엔 푸딩을 떠올리고 요리법을 검색했다.
푸딩은 당연히 젤라틴을 넣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검색 결과에는 커스터드 푸딩의 요리법이 나왔는데,
수중에 젤라틴이 없는 상황이라, 그거 없이도 만들 수 있다니 편리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커스터드 푸딩은 설탕과 달걀 우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요리법이 간단해서 좋았으나 불 조절을 조금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애로점은 있었다. 자칫 커스터드 푸딩이 아닌 계란찜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총 6개 중, 5개는 푸딩, 1개는 계란찜이 되어버렸다.
성공한 푸딩은 먹어본 결과 맛도 꽤 괜찮았다.
나는 신이 났다. 달리 잡다하게 재료를 사들이지 않고도
담백하고 고소한 커스터드 푸딩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첫 시도인데 5/6의 확률로 무사히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2
오늘은 어쩐지 결론부터 말하는 게 많아진다.
지난 달 5/6의 확률로 무사히 조리해낸 커스터드 푸딩은 이제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때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부모님께 드렸는데 맛 보시고는,
"계란이네."
"계란으로 뭘 한 거니?"
...라고들 하신다.
그분들께는 그게 푸딩이 아니라 계란요리쯤으로 인식되시는 맛이었나 보다.
의기양양함이 사라졌다.
"다음에... 다시 ... 만들.. 지 말까요?"
"응."
뭐지? 고민도 안 하시고 곧바로? 이거... 뭔가 치욕적(?)이야.
3
익숙한 맛은 안된다.
완전히 '외쿡'요리 맛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젤라틴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간식으로 좋을 푸딩 요리법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판나코타'라는 이탈리아 우유푸딩이다.
동네 마트에서 생크림이 자꾸 동이 나 구할 수가 없었다.
차일피일 못 만들다가 드디어 생크림을 구해서 판나코타를 만들었다.
마침 오빠 내외가 내일 오기 때문에 후식으로 내어도 좋을 것 같아서
아주 작정을 하고 계량을 넉넉하게 했다.
아침에 만들어서 냉장 보관으로 푸딩이 단단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낮이 되어 푸딩이 흐물거림이 덜 해졌기에,
한 개를 내어와서 어머니와 맛을 봤다.
어머니는,
"맛있다. 음~ 맛있네."
내 얼굴에 화색이 어리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그 다음 순간 어머니는
"저번에 만들었던 계란 그건 다신 만들지 마.
음~ 이게 진짜 맛있는 거지~"
...라고 하셔서 잊었던 치욕감(?)이..으흑~
어무니, 상처 덧나게시리, 찌른데 또 찌르기 있기 없기요?
4
판나코타, 이름이 어려워서 만드는 것도 어려울 줄 알았더니,
완전 쉽다.
당분간 생크림을 많이 사서 쟁여두고
지속적으로 판나코타를 만들어 먹을 셈이다.
잘 만든 판나코타 하나, 열 커스터드 푸딩 안 부럽다...
...커스터드 푸딩...은....만들지 말래(ㅠ_ㅠ)...자꾸 생각나....
5
새해 첫 주.
딱히 거창한 새해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2월이 시작하면서 본 작업에 들어갔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는 약간 일찍 작업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좋은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