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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07. 2023

자잘스토리 7 - 058 - 푸딩






1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처음엔 푸딩을 떠올리고 요리법을 검색했다.

푸딩은 당연히 젤라틴을 넣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검색 결과에는 커스터드 푸딩의 요리법이 나왔는데,

수중에 젤라틴이 없는 상황이라, 그거 없이도 만들 수 있다니 편리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커스터드 푸딩은 설탕과 달걀 우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요리법이 간단해서 좋았으나 불 조절을 조금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애로점은 있었다. 자칫 커스터드 푸딩이 아닌 계란찜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총 6개 중, 5개는 푸딩, 1개는 계란찜이 되어버렸다.

성공한 푸딩은 먹어본 결과 맛도 꽤 괜찮았다.

나는 신이 났다. 달리 잡다하게 재료를 사들이지 않고도

담백하고 고소한 커스터드 푸딩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첫 시도인데 5/6의 확률로 무사히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2


오늘은 어쩐지 결론부터 말하는 게 많아진다.

지난 달 5/6의 확률로 무사히 조리해낸 커스터드 푸딩은 이제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때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부모님께 드렸는데 맛 보시고는,


"계란이네."


"계란으로 뭘 한 거니?"


...라고들 하신다.

그분들께는 그게 푸딩이 아니라 계란요리쯤으로 인식되시는 맛이었나 보다.

의기양양함이 사라졌다.


"다음에... 다시 ... 만들.. 지 말까요?"


"응."


뭐지? 고민도 안 하시고 곧바로? 이거... 뭔가 치욕적(?)이야.




3


익숙한 맛은 안된다.

완전히 '외쿡'요리 맛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젤라틴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간식으로 좋을 푸딩 요리법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판나코타'라는 이탈리아 우유푸딩이다.

동네 마트에서 생크림이 자꾸 동이 나 구할 수가 없었다.

차일피일 못 만들다가 드디어 생크림을 구해서 판나코타를 만들었다.

마침 오빠 내외가 내일 오기 때문에 후식으로 내어도 좋을 것 같아서

아주 작정을 하고 계량을 넉넉하게 했다.

아침에 만들어서 냉장 보관으로 푸딩이 단단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낮이 되어 푸딩이 흐물거림이 덜 해졌기에,

한 개를 내어와서 어머니와 맛을 봤다.

어머니는,


"맛있다. 음~ 맛있네."


내 얼굴에 화색이 어리는 게 스스로 느껴졌다.

그 다음 순간 어머니는


"저번에 만들었던 계란 그건 다신 만들지 마.

음~ 이게 진짜 맛있는 거지~"


...라고 하셔서 잊었던 치욕감(?)이..으흑~

어무니, 상처 덧나게시리, 찌른데 또 찌르기 있기 없기요?




4


판나코타, 이름이 어려워서 만드는 것도 어려울 줄 알았더니,

완전 쉽다.

당분간 생크림을 많이 사서 쟁여두고

지속적으로 판나코타를 만들어 먹을 셈이다.

잘 만든 판나코타 하나, 열 커스터드 푸딩 안 부럽다...

...커스터드 푸딩...은....만들지 말래(ㅠ_ㅠ)...자꾸 생각나....




5


새해 첫 주.

딱히 거창한 새해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2월이 시작하면서 본 작업에 들어갔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는 약간 일찍 작업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좋은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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