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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14. 2023

자잘스토리 7 - 059 - 따를 뿐






1


대화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말실수나 실례 같은 건 아니고

순전히 혼자 있을 때 편해서 행하는 제스처인데,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 순간 혼자 있는 줄 알고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을 한 것이다.

근데 그 모습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상대에겐 좀 재미있게 보였던 모양이다.

상대와 나는 알고 지낸지 한 3년 됐나?

너무 드물게 보기 때문에 낯이 가려지는데,

이날 웬일인지 나의 낯가림이 풀어지고 좀 편했었나 보다.

상대는 나의 허술한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늘 일 때문에 딱딱하게 할 말만 주고 받는데,

이날은 상대의 까칠한 모양새가 한결 수그러 들어서

따뜻한 느낌이었다.

말미엔 다음번에 만날 때 알아와야 할 것을, 알고 있는데,

굳이 말해주며 한번 더 웃더라.




2


솔직히 그동안 이 상대에게 기분 나빴던 일이 아! 주! 많았던 터이다.

이날의 만남도 안 만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만난 건데,

사람이... 웃음 한 번으로 이렇게 인상이 달라질 수 

있는지는 몰랐지 뭔가.




3


속으로


'그런다고 내가 겪은 고초를 잊을 것 같으냣!'


...라고 일갈했으나,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그저 직업에 충실하느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싶다.




4


그럼에도 그가 내보인 방안은....

뭐랄까, 검증 안된 방법을 내게 먼저 해보라고 권하는 것 같아서,

왜 하필 내가 그 방법을 해봐야 하는지,

안전하고 보장된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나한테 그 방법을 제시하는지 기분 나쁘고 억울했다.

그러나 상대가 더 전문가, 나의 발언권은 크게 소용없어 보인다.




5


그래도 제시받은 그 방안이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니라서

지금은 기분이 좀 괜찮다.

오늘 만났을 때 그쪽이 제시한 방법이 전과 다를 바 없어서 

다시 한 번 기분이 나빴지만, 어쩌겠는가, 따를 뿐이다.


참 내, '주님을 따를 뿐'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으휴... 아무튼, 참... 참... 참....이다.




6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동안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많이 해봐야겠다.

그래야 작업 들어갔을 때, 집중력이 살 테니 말이다.

오늘은 참 하루가 길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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