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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28. 2023

자잘스토리 7 - 061 - 연락 두절 그 여사님






1


어머니가 지인분을 찾고 싶어 하신다.

같은 동네에 살던 분인데 이사 가시면서 연락이 뚝 끊겼다고 하신다.

그 집 자녀가 넷인데, 

그 중 결혼한 세 자녀의 혼례식에 모두 참석하실 정도로,

단지 예의로 참석한 것이 아닌, 친구로서 참석하시는,

그런 친밀한 사이였던 것이다.

그분은 이사 가기 전에 어머니를 찾아오셨다고 한다.

봉투 하나를 건네면서,


"내가 멀리 이사 가서 혹여 자네 아들딸이 결혼해도 

참석 못 할 수도 있겠네. 이건 미리 축의금으로 받아주소."


...라고 하셨단다.

며칠 뒤에 그 집은 이사를 갔다. 




2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렇게 이사 가고 연락이 딱 끊겼다고 한다.

도통 연락이 안된다고 안부가 궁금하다고 하셨다.

가기 전에 봉투를 주며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이사 가서 연락이 안된 것도,

한 번쯤 전화가 올 법도 한데 그렇지 않는 것도 그렇고,

너무 이상하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이가 혹시 세상에 없는 걸까?

안 그러고서야 이렇게 연락이 없을 수가...?"




3


어머니는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인터넷으로 찾을 수 없느냐고 물어오셨다.


"이름 치면 나오는 데가 있다며?

그 딸 이름으로 알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성도 특이하니까 한 번 찾아봐줄래?"


"시러욧."


"왜?"


"이름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다구요.

일일이 찾으려면 여기저기 내 이름 찍힌단 말이에요."


"성이 특이하잖아. 얼마 없지 않겠니?"


"시러욧."




4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마음이 쓰여서 페이스북에 그분 딸 이름을 검색해 봤다.

정말 흔치 않은 성인데,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100명이 넘는 것 같다.

작은 프로필 사진으로는 알아볼 수도 없었다.

결국 일일이 클릭해 들어가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일단 그렇게까지 해서 찾을 인내심과 시간이 없고...

또, 좀 생각해 보자니...

그분이 연락을 끊은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신데 굳이 찾아내는 것도... 좀.

어머니는 그냥 생사만 알고 싶으시다고 한다.

정 많은 어머니의 마음을 아니까 이번엔 또, 그분이 야속하다.

한동네에서 몇십 년을 알고 지냈고,

어머니를 포함한 여러 여사님들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모임도 가졌었는데,

모든 분과 그렇게 무 자르듯 딱 연락을 끊으시다니...


하지만 진정 야속할 일인지 아닌지는 연락이 되어야 알 텐데, 

알 방도가 없다.




5


10년이 넘도록, 정말 그 긴 시간 동안 연락이 안된다면?

이쪽으로 연락도 안 온다면, 10년 넘도록?


어머니께서 왜 '세상에 없는'까지 상상하셨는지 납득이 간다.




6


아무튼 여사님들 모두 궁금해 하신단다.


"그럼 그분들은 찾을 생각 안 하세요?

그분들 자녀에게 페이스북에서 찾아보라고 하셔도 되잖아요?

저는 여기저기에 자취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글쎄다. 다른 이들은 나만큼 안 궁금하나 보다.

연락 안된다고들 하는데, 그중에 한 사람은 마지막에 척지고 헤어졌고... 글쎄다...."




7


아무튼 나는 모르겠다.

찾아볼까?

에잇, 모르겠다.

찾아봐야 하나?

시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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