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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01. 2023

자잘스토리 7 - 070 - 새삥 언니 차






1


사촌 언니의 차를 타고 가는데

언니의 차가 예사롭지 않게 좋았다.

작년 이맘때쯤 새로 뽑은 차라는데 아직 한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좀 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2


신차라서 그런 줄 알았다.

앞쪽에 넓직한 붙박이 화면은 내비게이션이 되기도 했고,

전후방 카메라가 되기도 했다.

전후방 카메라가 될 때는 화면 안에 핸들 위치에 따라

승용차의 가상 동선이 표시되었는데, 이 기능이 나를 확 매료시켰다.


요즘 차는 너무 좋구나,

이렇게 가상 동선이 표시되면 주차할 때에도 너무 편리하겠다.

특히 후방 주차는 문제가 없겠네 그려.

우와~ 외관도 예쁜데, 내부도 넓고 승차감도 좋아.

따로 옵션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퀄리티면...캬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3


우리 아부지도 운전에 맛 들이셨다.

뒤늦게 맛들이신 운전을 꽤나 잘하시지만

그다지 넓지 않은 주차장 안으로 차를 후방주차 할때에는

몇 번이고 고개를 뒤로 돌리시며 확인을 거듭하셔야 했다.

차가 아주 옛날 차인데 덩치는 커서 더욱 주차하기가 까다로웠다.

이런 아버지의 옛 자동차에 동승하다가, 

완전 '새삥' 사촌 언니의 신형차에 동승해 보니,

신세계가 따로 없더라.




4


별다른 생각 없이 사촌 언니에게 물었다.


"이 차는 얼마에 뽑으셨어요?"


"글쎄... 얼마였더라.... 한 7천에서 8천 사이였는데..."




5


사촌 언니의 살림살이가 넉넉한 건 알고 있었다.


"비싸서 좋은가 보다..."


...라고 말하고 말았지만,

웬만한 서민 월세 보증금보다 웃도는 금액에,

뭔가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차 값을 잘 몰라도... 좀 비싼 것 같은데... .




6


잘은 모르지만, 화면 안의 가상 동선 표시 기능이 아무 차나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간 어느 차에서도 그런 기능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차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면 전후방 주차 라인이 표시되었는데,

후방 주차를 자주 하는 차들이 이런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주차 라인 가이드 후방카메라'를 따로 구입해서 설치한다고도 하더라.

이미 탑재한 사촌 언니의 차는 그만큼 값이 높을 만도.




7


그러고 보니 사촌 언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브랜드의 승용차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브랜드가 좋기는 좋나 보다.

예쁜데 성능까지 갖췄으니 비싼 건 당연하겠구나.

뭐 '전 재산 29만 원'으로 살다가 은닉 자금으로 산 것도 아닌데,

게다가 안전을 담보로 값을 치르는 생활용품인데,

좀 비싼들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그저 나는 소비수준이 다른 사촌 언니의 살림살이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짐했다.




8


부럽소.

돈 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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