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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08. 2023

자잘스토리 7 - 071 - 어머니의 강탈






1


최강배전으로 볶은 원두를 구입해 먹었다가

이번엔 최약배전으로 볶은 원두를 구입했다.

신맛보다는 쓴맛을 선호하는 나는 강배전 원두를 주로 구입했었다.

그러다가 커피를 좋아한다면 좀 더 골고루 맛보고 

신맛 나는 커피에 대해서도 좀 식견을 가져보는 게 좋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주로 신맛이 나기 마련인 약배전 원두를 구입해 봤다.




2


구입한 약배전 원두를 믹서에 갈았다.

핸드드립 할 생각으로 원두 가루를 필터 착장한 드리퍼에 붓고

편편하게 한후 서버 위에 얹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3


그렇게 물을 붓고 원두가루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거실 쪽에서 TV를 보고 계시던 어머니가 깜짝 놀라신다.


"뭐가 이렇게 새콤한 냄새가 난다니? 뭐지?

어디서 나는 냄새니?"


냄새가 날만한 곳은 부풀고 있는 커피 밖에 없었다.

막상 나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냄새에 무뎌진 나머지 잘 인식이 안되었는데,

은은하게 퍼져서 저쪽에 계시던 어머니가 먼저 알아차리신 것이었다.

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냄새를 막상 못 느꼈는데 떨어져 계신 아버지나 어머니가 


"음~ 커피 냄새 좋다~"


...라고 하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우가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어머니의 말씀은 너무 놀라웠는데,

어머니가 약배전 원두의 새콤함을 먼저 알아차리신 것이다.

너무 새콤해서 커피의 냄새라고 생각하지 못하셨으나,

그만큼 강렬하게 산미 있는 원두의 존재를 알아차리신 것이다.




4


분했다.

원두는 내가 샀는데, 왜 어머니가 먼저 새콤함을 알아차리시는가.

돈 내시라고 할까?

왜 허락 없이 냄새를 마음대로 흡입하시는가.

에잇. 내가 먼저 냄새를 맡고, 드립 해서 커피를 마셔서

새콤쌉사름한 맛과 향을 느끼고.. 그렇게 해서 나의 식견을 넓히고...

나는 커피 지식 하나가 더 넓어져서 기쁘고.....


이런 걸 느끼려고 안 마시던 신커피를 산 건데....

그걸 어머니가 소리 소문 없이 강탈(?) 하셨다.

이런 경우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너무 밉다.

욕 할거다.




5


어무니... 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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