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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15. 2023

자잘스토리 7 - 072 - 새 간식 이야기







1


그릭 요거트는 일반 요거트에서 물기(유청)을 빼내어, 꾸덕하게 밀도가 높아진 식품을 말한다.

세계 5대 슈퍼 푸드로 선정된 건강 식품이란다.




2


그릭 요거트를 만들어 먹기로 마음먹었다.

아예 우유로 손수 요거트를 만들어서, 그 요거트의 유청을 내리는 과정까지 거쳐,

완벽한 수제 그릭 요거트를 만들려다가 의욕을 내려놨다.

그냥 시중의 요거트를 구입해서 유청만 분리하는, 조금 간편하게 그릭 요거트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제품을 사서 유청을 분리하는 데만도 완성까지 20시간쯤 걸린다.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식품인 것이다.




3


요거트의 유청 분리는 두부의 간수 빼기와 비슷하다.

내용물을 촘촘한 면포에 싸서 물기가 아래쪽으로 빠지면

수분이 분리되어 밀도 높은 단백질이 남고

그것이 요거트에서는 그릭 요거트가 되는 것이고

콩물에서는 두부가 되는 원리이다.




4


가끔 어머니가 집에서 손수 두부를 만드실 때가 있었는데

면포로 싸서 체에 받혀 간수를 빼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워 보였다.

완성하고 나서 면포를 빨래하는 것도 참 수선스러운 일이었다.

보자기 군데군데 묻은 두부를 떼어내어

애벌빨래 해서 다시 삶아주기까지 해야 하는, 무시 못 할 일거리였다.

그걸 생각하니 그릭 요거트 만들기가 귀찮아졌다.

만들긴 해야겠는데...




5


일단 만들겠다고 다짐한 져니는 간단한 도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유청 분리기'라고 아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한 것이다.

사용법은 간단했고 세척도 간편했다.

가격은 좀 높지만 하루 이틀 해 먹을 것도 아니니, 이런 도구 정도는 유용한 투자라고 판단, 결제했다.




6


첫 그릭 요거트를 만들어서 시럽을 부어 비벼 한 입 먹었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썩 좋은 맛도 아니었다. 좀 시었다.

어머니께 한 입 드려봤는데 맛보시고는 더 안 드신다고 하셨다.

난감하게 되었다.

아마 시어서 입맛에 안 맞으시는 모양이었다.

몇만 원짜리 유청 분리기를 떡 하니 사놨는데, 첫 시식부터 퇴짜?

본전 뽑으려면 여러 번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대략 곤란.




7


바나나도 섞어보고 그래놀라도 넣었는데 입안에서 걸리적거리기만 했다.

최종적으로, 재료를 다 빼고 순전 그릭 요거트에 메이플 시럽만 부어 먹어봤다.

시었다.

좀 더 시럽을 듬뿍 부었다.




8


아버지께 시럽 듬뿍 넣은 그릭 요거트를 드렸다니 맛있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성공적으로 드시자 어머니가 소문을 듣고 오셔서 내놔보라고 하셨다.

어머니껜 특별히 메이플 시럽을 더 듬뿍 부어 드렸다.

보석 감정 기다리듯, 기대에 부풀어 어머니의 반응을 기다렸다.




9


"매실청을 부어 먹어도 되겠다."


어머니는 맛이 없으면 거부를 하시는데, 맛있으면 계속 드신다.

단, 맛있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그저 드실 뿐이다.

어머니가 먹는 방법에 대해서 제안을 하신다고?

그건 그런 방법으로 계속 드셔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시다.

한마디로 마음에 드셨다는 뜻이다.




10


은근히 미식가인 아버지의 입맛에도 맞고, 까다로운 식성의 어머니 입맛도 사로잡고, 아주 그냥 땡큐다.


그릭 요거트를 이전엔 안 먹어 봤지만 맛이 있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나름 확신을 가지고 유청 분리기도 사고, 토핑 재료도 사고,

그렇게 도구와 재료를 선별, 선택, 구입하는데 백팔번뇌를 거쳤다.

그런 고뇌와 피, 땀, 눈물을(?) 몰라주시고 어머니가 안 드신다고 하실 때, 머리가 띵 했다.


올해, 판나코타, 매그놀리아 푸딩, 버터크림 라테, 크림치즈 케이크, 그릭 요거트까지 다섯 가지 메뉴를 부모님께 선보였다.

아버지는 다 맛있다고 하시고, 내 입맛에도 다 맛있었는데, 어머니 입맛에는 판나코타와 그릭 요거트만 음식이었다. 거기에 버터크림 라테는 맛있지만 냉음료라 지금은 안 드시겠단다.


두 분을 위한 메뉴들이었는데 한 분이 안 드신다고 하면, 안 드신다는 그 메뉴는 심정상 더 만들기가 어렵다.

상관 않고 만들면 왠지 한 분만 편애하고 한 분은 소외시키는 것 같지 않은가.




11


아무튼 부모님과 져니, 세 사람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 간식이 생겨서 기쁘다.


"오케이 구글, 8시간 후 알람 설정해 줘."


중간에 받쳐놓은 그릇에 괸 유청을 덜어내야 한다.

알람 설정을 해가며, 20여 시간 동안 때때로 돌봐줘야 하는 제조과정이 약간 스트레스이다.

잊고 있다가 경끼하듯 '내가 유청 덜어냈나? 누름쇠 해놨나?'를 되뇌며 놀라니 말이다.

그래도 한 분만 편애 하지 않고, 두 분을 각각 마음껏 편애(?)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이런~ 콧노래가.... 즐겁다.




12


세계 5대 슈퍼 푸드인 그릭 요거트를 먹으며 지낼 테니,

이제 건강해지는 일만 남았네. 아하하핫!

오빠 언니 오면 대접할 즐거움도 상상이 되어서....뭐랄까....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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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새 간식, 그릭 요거트 먹고 살 거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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