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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29. 2023

자잘스토리 7 - 074 - 가끔 행하는 취미






1


다음 달부터는 전시회를 보러 다닐 것 같다.


원래 미술 전시 관람은 아주 가끔씩 행하는 취미였다.

신진 미술가의 작은 전시회도 가끔 보지만,

그보다는 크게 열리는 대형 전시회를 좀 더 좋아한다.

그런 전시회는 찾아다녀도 1년에 몇 회 안 열리기 때문에 

전시회 관람은 가끔씩 행하는 취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3~4년 동안 전시회가 열리지 않아서

가끔 행하던 이 관람 취미가 강제 중지되었었다.




2


라울 뒤피 전시회,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등.

올여름에 열리는 전시회들이다.

이중 두 전시회는 얼리버드 표를 예매해놨고,

나머지 하나의 전시회 표는, 오늘 오전 10시에 예매가 시작된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3


얼리버드 표는 전시회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거의 40~50% 할인된 가격으로 미리 예약 판매하는 입장권이다.

일단 관심 있는 전시회 소식을 듣는다면, 전시회 시작일 한 달 전쯤부터 바짝 촉각 세우기를 권장한다. 

시기를 놓치면 얼리버드 표 판매일이 지나버린다.




4


져니는 전시회를 관람하고 난 후면, 도록을 구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예전에는 대도록이 2만 원쯤, 소도록이 1만 원쯤 했는데,

어느 순간 소도록은 사라지고 대도록만 3만 2천 원쯤에 파는 것 같더라.

전시회에 따라 약간의 금액 차는 있으나 하여간 대도록은 대체로 거의 비싸다.

그걸 알면서도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도록은 할인도 없다. 고스란히 높은 값을 치르고 데려오게 된다.

이럴 때 져니는


'표를 좀 싸게 샀으니 좀 비싼 도록을 사도,

어느 정도 '쎔쎔', 저렴하게 즐긴 거지, 뭐.'


...라고 생각하며, 의지도 굳세게, 도록을 구입했었다.




5


져니에게 관람 취미를 완벽하게 누리는 과정은,

-표를 사고, 전시장 가서 관람하고, 대도록을 사서 돌아온다.-


...는 것이어야만 했다.

어느 순간 전시 관람도 취미면서 대도록 수집도 취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뭐랄까, 규칙, 성향이 생겼다.




6


전시회 그림들이 많이 마음에 들면 대도록을 구입한다.

전시회에서 인상 깊어서 잊고 싶지 않은 그림을 만났다면, 

그 그림이 수록된 소도록을 산다. 소도록에 수록되지 않았으면, 대도록을 선택한다.

전시회가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느낌이 좋았다고 생각하면,

소도록 또는 기념품을 산다.

기념품은 실용성 있는 위주로, 노트나 엽서 굿즈를 산다.

그리고 전시회가 너무 난해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전시회 팸플릿은 거의 꼭 챙겨온다.




7


어쩌다가 전시회 관람이 취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 번 두 번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맛을 들였다.

그림을 보면서 연상되어 떠오르는 생각들이 즐거웠던 것 같다.

잊혔던 기억이 그림으로 인해 호출되는 것도 즐겁고 말이다.


예전에 친구와 죽이 잘 맞아서 그렇게나 전시회를 보러 다녔었다.

그 친구와는 전시회를 함께 보러 가도 편하고 즐거웠다.

관람하는 중간중간 그림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고 편했다.

그 친구는 그림에 대해 수수하게 감상을 말했고 대개 그 내용은 재치 있고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때로는 느끼는 감정이 같을 때도 있어서 그 그림의 뉘앙스가 강렬했던 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배경지식이 비슷해서 연상작용이 비슷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냐를 생각해 보게도 했다.

많이 달랐지만 통하는 게 있는 친구였다.


그때 친구는 미술관에 먼저 들어갈 때 팸플릿을 져니 것까지 챙겨 건네줬었다.

관람 후 전시실을 나오면서도


"져니야, 팸플릿 챙겼어?"


...라고 물어와서 져니를 웃게 했다.

져니가 팸플릿을 모으긴 하지만 없다 해도 큰일 나는 건 아닌데,

어째 져니 자신보다 친구 본인이 더 열심히 확인해가며 챙겨주는 게 재미있었다.

분명 챙겨줬었으면서 잊어버리는 그 깜박함도 코믹했고 말이다.




8

정말 수년 만의 관람이 될 것이다.

가장 사람 없을 만한, 미술관이 한가할 요일과 시간을 따져봐야겠다.

최적으로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는 날과 시간에 가야지, 훗.



오전 10시가 되려면 두어 시간이 더 남았다.

그때가 될 때까지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예매해야겠다.

단박에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혹여 예매표가 동이 날 수도 있으니,

10분 전에 대기했다가 시작하자마자 티켓팅하려 한다.


얼리버드 표, 놓치지 않을 거예요!




9


날 좋을 때, 전시회 관람 겸 나들이를 권유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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