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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작업을 했는데, 시작한 작업이 2시간 45분 후에 끝이 났다.
중간에 물을 뜨러 움직이기도 했고 화장실도 한 번 갔다 왔다.
그러나 그 외 작업하는 시간 중에는 정말 딴 생각 안 하고 작업에만 몰두했었다.
진지한 집중의 순간들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
그게 뭐? 3시간도 아니잖아?
...라고 하면 대외적으로는 할 말이 없지만,
져니 스스로에게는 참 의미가 깊다.
요즘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고 마음 둘 데 없어서 심란했다
책을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영상을 봐도 기억에 남지 않고,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았다.
음... 마지막 것은 져니 밥통이 커서일지도... 아무튼!
농담 아니고 심란했다.
그런 와중에, 늘 시큰둥 냉정하게 행하던 작업을,
스스로도 모르게 열렬하게 온 에너지를 담아서 했던 것이다.
그간 져니의 집중력은 50분 가량이었다.
책도 딱 50분 읽으면 딴짓이 하고 싶어지고,
영상도 50분이 지나가면 딴청을 피우고 싶어졌으며,
밥도 50분 먹...을수 없잖은가, 져니는 돼지가 아니다.
아무튼 밥은 먹기싫어서 그냥 안 먹고 자고, 일어나서도 안 먹고,
뭐 그러다 보니 하루를 꼬박 굶게 되어 현기증이 나고 나서야 '밥을 먹어야겠네.'라고 자각,
그제야 몇 술 뜨곤 했다.
3
이런 상황, 삶에 대한 의지와 열망은 열렬하지만,
실상은 건조하고 무기력하고 나쁜 습관에 '쩔'어서
적당한 갱생원에 떨궈놔야 인간처럼 먹고 살기라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50분이 집중할 수 있는 '마의 고지'였는데 그 집중을 '2시간 45분'동안!!
져니에겐 정말 의미 있고 소중했다.
그날 그렇게 작업을 끝냈을 때 정신이 아주 명료하고, 말끔하고,
기분이 날아갈 것 처럼 후련하고 산뜻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산뜻하고 신이 났을까?
4
그건 져니 자신에 대한 긍정성이었다.
져니도 사람인데 허구한 날 먹고, 자고, 노는 게 마음 편했겠는가?
생명의 본질은 성장에 있다고 본다.
생명인 사람도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바르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으면서, 막상 져니 본인은 현상 유지도 아니고 건강을 파 먹으면서 살고 있었으니...
찔렸던 것이다. 그간은 찔리고 불편했는데,
그날 의도치 않게 숨겨진 역량이 나오면서, 져니는 숨겨졌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성장과 부합하는 작업물을 만들어내니 뿌듯한 나머지 스스로가 너무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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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 예쁜 져니, 에구~ 근성 있는 져니,
오호~ 제 할 일은 해내는 져니, 휴우~ 져니, 멋진걸~!
요래요래 셀프칭찬 해가며 스스로를 띄웠다.
당연히 추락을 대비해 착지 가능한 높이만큼만 띄웠다.
져니는 무모하게 대기권까지 띄우진 않는다.
물론 그러고야 싶었지만, 져니도 사람인데 그렇게 띄우면 마음 편하겠는가, 높으니 무섭지.
6
이번 달엔 아무리 생각해도 컨디션 난조이다.
작더라도 작업물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좀 힘들더라도 최소한의 작업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본질이 성장이고, 잠시 성장이 주춤할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도 모든 생명이, 기본이 되는 활동은 반드시 한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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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니는 본분을 다하고자 한다.
지금 아파 죽겠지만(?) 밥을 먹고, 글을 쓴다.
인간으로서도 죽기 싫고, 생각하는 법도 죽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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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을 행하고, 긍정하고, 띄우고(대기권 안돼, 무셔)
다시 행하고, 긍정하고, 띄우고(대기권, 노우)
이 반복을 져니는 언제까지 해야만 할까?
스스로도 착잡한 심정으로 질문을 하며,
'그저 행할 뿐....'
그리 답을 내고 묵언한다.
사실 '죽을 때까지'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