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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24. 2023

자잘스토리 7 - 082 - 형사, 글, 심뽀    








1


글감은 도처에 있지만, 아무래도 글이 재미있으려면

갈등을 품고 있는 글감이 효과적이다.

그럼 갈등이 있는 이야기는 어디에 많을까?

법정물, 범죄물, 투병일기 등등.

아무래도 검사, 변호사, 경찰, 의사 등이 갈등구조 있는 이야기를

많이 접할 가능성이 높다.




2


며칠 전에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강력계 형사이셨던

박미옥 님이 출연하신 걸 봤다.

최초 타이틀과 함께 몸담으신 곳에서 활약도 컸던 분이신가 보다.

그만한 분이면 모르는 게 이상하겠다.




3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든지 <실화 탐험대>같은 종류의 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

보고 나면 찜찜하고 무섭고 세상천지 돌아다녀서는 안될 것 같이 겁이 나서이다.

범죄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신창원이 잡히고 유영철이 범인이고... .

큰 사건들의 결과는 알지만 자세한 속 사정은 몰랐다.

그런 방송들을 잘 안 봐서,

그래서 박미옥 님의 존재까지 파고들어가 알 사정이 안 되었던 것이다.




4


이번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박미옥 님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분의 존재 자체도 뒤늦게 신선함을 느꼈고,

그분이 일선에서 겪었던 사건 이야기도 재미 넘쳤고,

면면이 드러나는 그분의 인성과 태도는 감동적이었다.




5


글이라는 건, 사람에게 읽혀야 하므로, 정보성도 있고, 재미도 있으면서,

심금까지 건드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글이라고 하겠다.

그런 글을 쓰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박미옥 님은 사건이라는 것이 사람의 감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퇴임하신 지금은, 감정으로부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 감정을 이야기 나눠보는 직업을 가지셨다고 한다.


범인은 나쁜 놈, 살인자는 죽일 놈, 이렇게 단정 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폭 두목을 체포할 때에도, 그 두목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에

마음 써 주는 일화가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감정을 헤아리면서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우가 있으신 분인 것 같아서

나는 단박에 박미옥 님이 마음에 들었다.




6


그런 그분이 책을 내셨다고 한다.

방송에서 보여주신 언변은 유려하고 깔끔하고 단정했다.

글솜씨는 어떠하실지 모르겠다.




7


글감으로 사건사고가 재미를 주기에 효과적이다.

경찰, 형사가 접하는 업무는 폭력, 사기, 위법, 살인 등의 사건사고인데

그것들의 성향이 거칠어서 다가오는 감정도 더 자극적이라고 하겠다.


강력계 형사가 일선에서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적나라한 사건 현장, 가해자 피해자의 긴박했던 갈등 순간을 엮은 책일까?




8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많다.

적게는 기계식 키보드에서부터 조금 크게는 통장 잔고가 있겠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큰 것으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색하는 뇌를 소유했느냐가 아닐까 싶다.

그런 다음에야 문장 쓰는 스킬도 빛을 발한다고 본다.




9


그분이 글을 쓰셨다고 하니까 처음엔 슬며시 부러웠다.

사건사고를 많이 겪어 아시는 게 많으실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분은 사건 피해자들의 마음이 다시 다칠까 봐 

섣불리 사건을 모두 책에 쓰지는 않으셨다고 한다.


글감이 있어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세상 흥미 끌기 좋은 그런 사건 이야기를 다 밝히지 않는다? 

물론 원래 다 밝힐 수도 없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감추며 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왠지, 참 '애'가 느껴지는 듯, 다시 내 마음이 옴짝옴짝했다.




10


좋은 언변도, 좋은 글도, 인간애가 있어야 따뜻하고 설득력이 생기는데,

그건 있는 듯 꾸민다고 해서 보이는 건 아니지 싶다.


관상에서도 골상보다는 인상, 인상보다는 심상,이라고 했다.

글도 문장력 보다는 내용, 내용보다는 의도겠거니 생각한다.




11


'심뽀' 예쁘게 가져야겠다, 관상 예뻐지고 특히 '글 잘 쓰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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