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Jul 01. 2023

자잘스토리 7 - 083 - 다꾸 용품








1

'다꾸'를 아시는가?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다꾸를 하기 시작했다.

마스킹 테이프와 스티커 등으로 지면을 꾸미고,

그렇게 꾸미면서 적절한 공간을 남겨둔 후,

그 남은 지면에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식이다.

(나의 경우엔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색다른 다꾸 아이템을 발견했는데,

그건 템플릿과 스탬프이다.

한국말로는 모양자와 도장이라고 말하면 되겠다.

모양자라고 하면 초등학생 때 사용하는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는 큼지막한 자가 생각난다.


다꾸의 세계에서 템플릿은 도형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음표, 해, 구름, 우산, 눈사람, 고양이의 각종 자세, 말풍선,

물결, 리본 모양 등,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고,

다꾸 하기에 좋은 모양으로 최적화 된 템플릿들이 판매되고 있다.


도장도 그러하다.

단순히 날짜 도장만 있는 게 아니라, 도장을 찍고 색을 칠해 다시 한번

꾸미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의 도장도 있고, 유용하게 색다른 것들도 많다.




2


그런 제품들을 발견했을 때, 나는 눈이 돌았(?)다.

물 건너 온 제품들이라 값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


이번에도 조금 구입하려고 보니, 할인 쿠폰이 신경 쓰였다.

얼핏 어떨 때에는 판매점에서 7% 쿠폰이 발행되고, 어떨 때는 10% 쿠폰이 발행되었다.

분명 10% 쿠폰이 있는 걸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가 나중에 사려고 보니

그 쿠폰은 사용기간이 만료되어 쓸 수가 없었다.

빨리 갖고 싶어서 7% 쿠폰으로 할인받아 구입은 했다.

근데 이게 7% 할인과 10% 할인은 액수가 너무 다른 것이다.

산수 조금만 해봐도, 쪼끔 살 때는 두 경우의 할인 금액 차이가 미미하다.

그런데 스탬프와 템플릿이 사악하게 비싸서 몇 개만 사도 금액이 엄청나고,

그래서 7%와 10%의 할인 금액은 차이가 컸다.

당연히도 10% 할인 쿠폰일 때 사야 옳았다.

저번에는 급하게 7% 쿠폰으로 샀는데, 이번엔 도저히 안되겠더라.

많이 사려니까 너무 비쌌다.


네이버 톡톡으로 판매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3


말하려는 요지는 '비싸다, 10% 쿠폰 주라.'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무 예의가 없다.

일단 물어보니 '10% 쿠폰은 1달에 1~2번 발행되고

발행은 따로 정해진 기간이 없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비싸다는 말과 쿠폰 달라는 말을 가다듬어 해봤다.




-참 속 보이지만 OOOO러스님 댁 아기들이 몸값이 높아서

꼭 10% 할인을 받고 싶네요.

이번 달 말에는 그 쿠폰을 발행하지 않으시나여?^^;;-



-이번 주 중에 발행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내일 결정될 거 같습니다-




대답은 호의적이라고 판단했는데 다음날 7%짜리 쿠폰이 발행된 걸 봤다.

기분이 상해서, 사지 말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아이템들이 좀 예뻐야 말이지.

그런데 그날 늦은 저녁에 10% 쿠폰이 발행됐더라.

냉큼 샀다.

10% 할인을 받으니 결제 금액의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뀌더라, 작은 숫자로.


결제 버튼 누르고 신이 났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


10%짜리를 요청해라, 받을 것이다....

받았으면 결제해라, 할인 받을 것이다...

그 끝은, 할인 금액은, 창대하리라...


응? 섞였나? 아무튼 요청하고 할인받기까지의 그 과정이 '거룩하게' 느껴졌다.

아, 신나.




4


이제 택배가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을 잘 포착하여,

아버지 모르게 내방으로 들이기만 하면 된다.

만약을 위해 어머니를 섭외해 놓았다.


"어무니, 택배 오면 아부지 몰래 내방으로 가져와 주세요.

'져니야, 택배 왔다.'요런 말 하지 마시고, 

아무 소리도 내지 마시고 되도록 조용하게,

가능한 한 아부지 몰래요, 네?"


사실 어머니도 내 다꾸 물품 구입을 딱히 칭찬하는 건 아니시다.

단지, 아부지와 어무니, 그 두 분 중, 어머니 질책이 더 가볍고 덜 무섭다.

그러니까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5


최선을 다해 쿠폰 요청하고 결제한 뒤,

최선으로 어머니를 섭외,

혹여 들켜도 아버지의 질책을 감내할 각오는 되어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모양자와 도장 나부랭이에 너무 큰 돈을 썼다.

반성하느냐고?

사고 싶은 도장이 몇 개 더 있어서, 다시 돈 모으려고 한다.

반성 안 한 거 같은가?

옳게 보셨다.




6


골프 같은 운동이나, 명품 사 모으는 취미나, 식도락에 드는 비용이나...

그런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오래도록 향유할 수 있는 취미가 다꾸이다.

비용 좀 들었기로서니, 질책 좀 받기로서니, 그만 둘 것이면 시작을 안 했다.


그리고 부모님도 내심


'유흥 문화나 마약 같은 것에 빠지느니, 다꾸를, '다꾸', 얼마나 건전한가?'


...라고 생각하실 게다.

다만 이틀 전에 보석돌을 샀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더 큰 소비를,

그것도 몰아쳐서 한꺼번에 많이 구입하는 소비 행동이,

자금 운용에는 신경을 전혀 안 쓰는 것처럼 보여지시는지, 

주의를 주고 싶어 하시는 듯 하다.



일련의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과감하게 돌을 사고 모양자를 사고... 뭐 그러는 것이다.




7


그냥 살포시, 딸이 딱히 이해되는 취미생활을 하지 않아서

마음에 내키지는 않으시겠지만, 적어도 그 취미 이외의 다른 허튼 데에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8


이 글은 부모님이 보시지는 못할 글이다.

글 올리는 이 사이트를 모르시니까.


위의 6, 7의 글은 꼭 읽으셨으면 하지만 보실 수가 없으니,

내가 택한 방법은... 아.. 텔레파시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으니 두 분이 낮잠 주무실 때 슬며시 머리맡에 가서

가만가만 또렷하게 읽어야겠다.

주무시는 두 분의 뇌에, 잠재 의식에 파고들어 새겨지시게.




9


당연히 농담이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반듯하게 살고 있다고 보여드려야지.

다른 방법은 없다, 그저 내가 잘 사는 것 외에.

져니에게, 응원을 부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스토리 7 - 082 - 형사, 글, 심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