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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니가 요즘 특정 목적의 글을 열심히 썼다.
글의 성향은 '재미있고 밝게'를 지향했다.
그걸 30여 일 동안 매일 쓰려니까 힘이 들었다.
내 몸에 재미 보따리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니
재미있게 쓰려면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그중 하나가 쬐끔 웃긴 게 나오고 뭐, 그런 식이었다.
아무튼 재미있게 쓰려고 길게 쓰게 되더라.
그걸 30여 일 동안 매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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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니는 상품 후기는 잘 안 쓴다.
15원, 20원 붙는 후기 포인트가 감질나니까.
근데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에서는 후기를 잘 쓸 필요도 없이
그저 꼬박꼬박 성실하게만 쓰면 포인트가 천몇백 원까지 붙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후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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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보석돌 샀다는 말을 했던가?
보석돌 판매점은 일단 후기를 쓰면 1000원 정도의 적립금을 주는 것 같았다.
져니는 이번에 보석돌을 3개 샀는데, 후기 쓰는 버튼을 잘 몰라서,
일반 후기로 한 번 쓰고, 다시 상품 사진이 자동으로 붙는 경로로 들어가서 쓰는, 보석돌 3개의 후기를 각각 또 썼다.
그러니까 총 4개의 후기를 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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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니는 보석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보니 좋은 점을 많이 쓰고 싶었지만,
상품 후기에 그럴 필요 있나 싶었다.
그래도 넘치는 애정에 조금 친절하게 쓴 것 같긴 하다.
또한 적립급 1000원을 노리기도 했고 말이다.
'예쁜 보석돌이 잘 도착했고 살펴보니 정말 예뻤다.'
...라는 뭐, 그런 형식으로 썼던 것 같다.
5
다음날 관리자 분의 답글과 적립금을 확인해 봤다.
'사진과 곁들인 다 긴 후기 감사드리고
약소하나마 다 적립금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 긴?
내가 길게 썼나?
이상해서 얼른 다른 구매자의 후기를 봤더니
대부분 '포장이 튼튼했다.', '상품이 만족스럽다.', '다시 재구매 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등등...
내용이 길어도 6줄 내외로 끝나고, 그 내용도 상품의 칭찬으로 끝나는 식이었다.
식겁했다. 다시 내가 쓴 후기를 읽어봤다.
짧게 쓴 건 16줄, 길게 쓴 건 30줄.
게다가 뭔가 웃기다. 후기를 이렇게 쓰는 건 아니지 싶다.
내용은 말 못하겠다. 하여튼, 좀 방정맞게 썼다.
30여 일을 웃기려고 애쓰는 글만 쓰다 보니 글이 길고 방정맞아졌나 보다.
아무튼 '다 긴 후기'라는 말이 나온 건 알겠더라.
근데 '다 적립금 드리겠습니다'는 뭐지?
적립금 내역을 확인해 봤더니...
4천 원이 들어와 있다.
3개 샀으니 3천 원이어야 할 것 같은데,
내 방정 맞음이 후기 4개를 썼고, 내 '긴' 방정맞은 글이 관리자님의
헛웃음을 샀는지 후기 4개 모두가 '다 적립금'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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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기도 하고 조금은 즐거워서 아부지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적립금 들어왔으니 또 사야겠다? 거기서 그러라고 준 거야."
...라고 하신다.
안다. 더 사라고 준 거라는 걸.
하지만 특별한.... 민망하고 웃긴 상황인데... 히잉.
그걸 몰라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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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적이고 어려운 글을 쓰기보다 유쾌하고 쉬운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노력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 긴 후기 사건>은 나로서는 재미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민망하다.
근데 순수한 감정보다 다른 감정 두 개가 얽히면
기억에 더 잘 남는 것 같다. '민망하고 웃기고.'
관리자 님의 글도 웃기다.
'보석들의 후기를 모두 길게 써주셔서....' 라든지,
'구입하신 모든 제품들을 상세히 써주셔서....' 라든지,
좀 길게 써주시지...
'다 긴'?
관리자님이 글자를 아끼셨다. 경제적으로 쓰신 건가?
그래도... 적립금... 많이 주셔서 감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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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글 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