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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08. 2023

자잘스토리 7 - 084 - 후기글 후기







1


져니가 요즘 특정 목적의 글을 열심히 썼다.

글의 성향은 '재미있고 밝게'를 지향했다.

그걸 30여 일 동안 매일 쓰려니까 힘이 들었다.

내 몸에 재미 보따리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니

재미있게 쓰려면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그중 하나가 쬐끔 웃긴 게 나오고 뭐, 그런 식이었다.

아무튼 재미있게 쓰려고 길게 쓰게 되더라.

그걸 30여 일 동안 매일 써 내려갔다.




2


져니는 상품 후기는 잘 안 쓴다.

15원, 20원 붙는 후기 포인트가 감질나니까.

근데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에서는 후기를 잘 쓸 필요도 없이

그저 꼬박꼬박 성실하게만 쓰면 포인트가 천몇백 원까지 붙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후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었다.




3


그런데, 내가 보석돌 샀다는 말을 했던가?

보석돌 판매점은 일단 후기를 쓰면 1000원 정도의 적립금을 주는 것 같았다.

져니는 이번에 보석돌을 3개 샀는데, 후기 쓰는 버튼을 잘 몰라서,

일반 후기로 한 번 쓰고, 다시 상품 사진이 자동으로 붙는 경로로 들어가서 쓰는, 보석돌 3개의 후기를 각각 또 썼다.

그러니까 총 4개의 후기를 쓴 것이었다.




4


져니는 보석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보니 좋은 점을 많이 쓰고 싶었지만, 

상품 후기에 그럴 필요 있나 싶었다.

그래도 넘치는 애정에 조금 친절하게 쓴 것 같긴 하다.

또한 적립급 1000원을 노리기도 했고 말이다.


'예쁜 보석돌이 잘 도착했고 살펴보니 정말 예뻤다.'


...라는 뭐, 그런 형식으로 썼던 것 같다.




5


다음날 관리자 분의 답글과 적립금을 확인해 봤다.


'사진과 곁들인 다 긴 후기 감사드리고

약소하나마 다 적립금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 긴?


내가 길게 썼나?

이상해서 얼른 다른 구매자의 후기를 봤더니

대부분 '포장이 튼튼했다.', '상품이 만족스럽다.', '다시 재구매 했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등등...

내용이 길어도 6줄 내외로 끝나고, 그 내용도 상품의 칭찬으로 끝나는 식이었다.


식겁했다. 다시 내가 쓴 후기를 읽어봤다.


짧게 쓴 건 16줄, 길게 쓴 건 30줄.

게다가 뭔가 웃기다. 후기를 이렇게 쓰는 건 아니지 싶다.

내용은 말 못하겠다. 하여튼, 좀 방정맞게 썼다.

30여 일을 웃기려고 애쓰는 글만 쓰다 보니 글이 길고 방정맞아졌나 보다.


아무튼 '다 긴 후기'라는 말이 나온 건 알겠더라.

근데 '다 적립금 드리겠습니다'는 뭐지?


적립금 내역을 확인해 봤더니...

4천 원이 들어와 있다.

3개 샀으니 3천 원이어야 할 것 같은데,

내 방정 맞음이 후기 4개를 썼고, 내 '긴' 방정맞은 글이 관리자님의

헛웃음을 샀는지 후기 4개 모두가 '다 적립금'을 받은 것이다.




6


민망하기도 하고 조금은 즐거워서 아부지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적립금 들어왔으니 또 사야겠다? 거기서 그러라고 준 거야."


...라고 하신다.

안다. 더 사라고 준 거라는 걸.

하지만 특별한.... 민망하고 웃긴 상황인데... 히잉.

그걸 몰라주시네.




7


현학적이고 어려운 글을 쓰기보다 유쾌하고 쉬운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노력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 긴 후기 사건>은 나로서는 재미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민망하다.

근데 순수한 감정보다 다른 감정 두 개가 얽히면

기억에 더 잘 남는 것 같다. '민망하고 웃기고.'


관리자 님의 글도 웃기다.


'보석들의 후기를 모두 길게 써주셔서....' 라든지,

'구입하신 모든 제품들을 상세히 써주셔서....' 라든지,

좀 길게 써주시지...


'다 긴'?

관리자님이 글자를 아끼셨다. 경제적으로 쓰신 건가?

그래도... 적립금... 많이 주셔서 감쏴~!




8


후기글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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