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어샵에 갔다.
올해 초에 짧은 컷트로 자르고 주기적으로 다듬으며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내 머리칼이 곱슬기가 있다.
심한 것은 아니고 오른쪽 옆부분의 머리가 살짝 곱슬이 있어서 차분히 가라앉지 않고 삐져나오는 식이다. 고데기나 드라이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열심히 펴줘도 여간해선 삐져나오는 머리칼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그러기를 어언 1년, 두 달에 한 번씩 가서 컷트를 하다 보니 곱슬 진 그 부분이 점차 잘려나가더니 이번에 완전히 잘려나갔다.
머리를 감고 고데기로 펴주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삐져나오는 부분이 없다.
이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이제 고데기나 드라이하느라 팔 아플 일이 없어졌다.
크흣~! 생활의 편리성 +10 증가!!
행복하다.
2
서점에서 책을 보는데 배가 아팠다.
심상찮았다.
급히 고른 책을 계산하고 집을 향했다.
뱃속이 어찌나 요동치는지 곧 나올 것만 (?) 같았다.
집으로 올라가는 15분 동안 나올 것만 같아서 서 너번을 멈췄다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너무 참기가 힘들었을 때 리우 올림픽의 메달리스트, 펜싱 박상영 선수가 떠올랐다.
승부를 앞두고 '할 수 있다'를 되뇌며 비장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다.
나는 속으로 '참을 수 있다'를 되뇌었다. 참는 것에 실패(?) 하면 온 가족에게 똥쟁이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리라. 나의 비장함은 박선수의 그때 못지않았다.
집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서 코트의 단추를 풀고 둘렀던 머플러를 풀었다.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동시에 가방을 젖혀 벗었다. 열고 들어가면서는 그 모든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벗어던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긴장이 풀어지며 자칫 힘을 뺄뻔했다.
아직 아냐! 바지를 내릴 때까지는 견뎌야 해! 져니야! 참을 수 있어!
억겁의 시간 같은 찰나를 보내고 나는 무사히 볼일을 볼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현관에서 화장실까지 허물 벗은 옷과 가방, 머플러, 책봉지가 불규칙한 간격의 일렬을 이루고 있었다.
급박한 한순간의 증거였다.
어찌나 참느라 힘을 주었던지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참을 때는 이런 악몽이 있을까 싶었는데 화장실 갔다 오니 기분이 좀 달라졌다.
참기 힘들었던 만큼 후련함도 컸달까.
종종 경험해 볼만하다.
새벽에 배가 고파서 흰 우유를 먹었는데 유당불내증으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 같다.
우유는 맛있는데...... 이제는 영 먹기가 꺼려진다.
크흑~ 생활의 편리성 -10 감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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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캐롤 터킹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