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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Oct 14. 2023

자잘스토리 7 - 098 - 이진법






1


10월이 되자 자리가 재배치되었는데,

내 옆에 새로 자리하신 분이 앱을 아주 잘 다루신다.

요번주에 들어서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주 조금이지만 친밀하게 느껴졌다.

이게 진짜 아주 약간 친밀해진 것 같은데,

9월에 옆자리에 앉으셨던 분들이 너무 곁을 내주지 않았던 터라,

이 약간의 친밀함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0과 1처럼.

9월의 0과 10월의 1은 1차이지만 

무와 유의 차이인 것 처럼 말이다.




2


옆자리 분이 앱에 박식하신 고로 이번 한 주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분께 너무 자주 물어보는 것 같아서 귀찮게 안 하려고 

선생님께 질문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이분이 알아차리고서 자신에 물어보라며 

선뜻 자발적으로 질문을 접수해 주신다.

아직 낯가려서 낯설은데 고맙기는 하고, 고마운데 친한척 하기는 낯설고...




3


오늘 수업에서 다루는 앱에 대해 수강생분이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봤다.

진도를 따라잡는 편이라서 아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물어본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했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데에 창피함도 없었다.

뭐, 똑같이 배우는 입장이고 거기서 거긴데 부끄러울 게 뭐 있담.




4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 분이 한마디 하신다.


"그 앱이 어려운가요? 저는 처음인데 쉽던데요."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말... 너무... 재수 없는 거 아닌가요?"


좀 주저하다가 툭 내뱉었는데 실수했나 싶어서 식겁했다.

아니 나는 어려워서 죽겠는데 쉽대.

기분 상할 것 까지는 없는데 진짜 좀 그랬다.




5


근데... 9월의 0인 분들에게는 말 못했을 언사였다.

10월의 '1'인, 사람이라 마음이 좀 편했는지 나온 거친 말이었다.

다행히 이 분이 많이 언짢아 하신 것 같진 않은데,

스스로에게 놀랐다.

친절하다고 예의 없이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6


그런데 또 생각하면 충분히 농담조로 말한 거니까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분 문제다. 난, 몰라.


9월의 분들이 너무 냉랭한 0도였어서

10월의 1도인 이분도 차갑긴 마찬가지인데,

지내기엔 10월이 좀 낫다.




7


나, 좀 춥게 사는 것 같지만,

오오오~~! 학업에의 열의로 불타노라~~!

오오오~~! 열의로 몸을 덥히노라~~~!

오오오옷~~~! 그러나 더 쉬운 방법을 아노라~~!

오오오오옷! 옷을 두껍게 입을지어다~~!




8


날씨가 추워진다. 두꺼운 옷 챙겨놔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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