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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Oct 21. 2023

자잘스토리 7 - 099 - 끝자리 떼는 기준







1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2


안경점에 들어가니 연세가 한 84세쯤 되어 보이시는 여자 어르신이

이 안경 저 안경을 착용해 보시다가 

마침내 하나의 안경이 마음에 드셨는지 선택을 하셨다.

어르신은 말을 탁 놓으시며 사장님에게 물었다.


"얼마?"


너무 짧다 싶었지만 사장님은 계산기를 두드리시며 말씀하셨다.


"십이만 삼천 원(123,000원)입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끝자리는 왜 붙여? 떼고 줘."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3000원 정도는 뗄 만하지.'라고 생각할 때,

할머니는 다시 말씀하셨다.


"10만 원에 줘."


응? 3천 원이 아니라, 2만 3천 원?

그러시면서 어르신은 새 안경과 쓰시던 안경을 모두 사장님 앞에 밀어놓았다.


"새 안경에, 이거 안경알 다시, 그렇게 10만 원."


내가 안경 가격을 잘 모르지만 아무튼 뭉텅이로 계산을 하는 건 어렵지 싶었다.




3


근데 재미있는 건 사장님의 거절 방식이었다.

생각하기에 '그렇게는 안되겠습니다.'라는 정도로 거절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장님은 어르신의 쓰시던 안경을 다시 밀어드리며 마치 사양하듯이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그 '아닙니다.'라는 말씀이 '그렇게는 아닙니다'라는 거절의 말도 되고,

'아니요 됐습니다. 괜찮습니다'라는 거절의 탈을 쓴 사양의 말도 되고... 

사장님의 말씀은 '아니요 됐습니다. 괜찮습니다.'라는 의미가 크지 않았나 싶다.




4


사장님은 내 시력을 측정하시고 안경 주문을 받으셨다.

내 안경은 8만 원이 나왔다.

안경을 새로 맞추게 된 게 10년이 지났기에 안경값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그냥저냥 안면이 있는 집이라 적당히 해주었겠거니 값을 치르고 나왔다.


그때까지도 어르신은 기다리고 계시다가 사장님께 값을 흥정하셨다.

사장님은 완강하셨고 어르신도 완강하셨다.

안경점을 나서며 뒤에서 들려오는 사장님의 말씀 소리는 이랬다.


"어르신... 남는 게 그건데 그걸 빼달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5


할인을 요구할 때, 가격 끝자리를 뗄 때, 기준은 무엇인가?

3,000원이 적정한가? 23,000원도 적정치 않은 것은 아니었을지도.

적어도 할머니가 살아오셨던 젊을 적 세상에서는 바가지가 많았었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6


안경을 착용하니 세상이 너무 또렷하게 깔끔하게 잘 보여서 좋았다.

단점은.... 내 얼굴의 잡티마저 너무 또렷이 잘 보여서 좀 괴롭다..크흣!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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