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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Feb 03. 2024

자잘스토리 8 - 005 - 필수 과목들






1


Lee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신데 경력과 실력을 갖추셔서 노련하시다.

요즘 들어 선생님의 성격이 살짝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애펙 수업에서, 여러 글자들의 중앙을 여러 개의 선들이

빠르게 관통하며 지나가는 효과를 설명하실 때였다.


".... 이렇게 주신 다음에 플레이 하면 '슈슈슝~ 슈슉~'"


그러시고는 디테일 확인이 안되었을까 봐 다시 한 번 플레이 하시며,


"슈슉~ 슈슈슉~"


나는 속으로 대박 웃었다.

-저 선생님, 애펙을 엄청 재미있어하며 가르치시는 것 같네...

플레이 할때마다 효과음을 자체 발성하시잖아..-


약간의 지역언어 억양이 있으신 분인데, 

그 '슈슈슉~'하실 때에는 사투리 억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다.

원래 효과음에는 지역언어 억양이 적용 안되는 건가?


아무튼, 되게 몰입해서 알려주시는 것 같아서 재미있으면서도 집중하게 되었다.

설명 잘 하시고 재미있으셔서 좋더라.




2


Nam 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이신데 학생들과 소통을 가장 많이 하시며

내가 볼 때 학생들과 자잘하게 농담도 잘 나누시는 편이다.

참 성격 좋고 재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옆의 수강생분이 디카프리오 얼굴 사진에다가 대머리를 합성했다.

그 과정에서 기술적 조언이 필요해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그 장난 같은 사진을 보시며,


"두 사진에서 관자놀이를 맞춰야 해요..."


막 이러시며 설명하시는 것도 웃음이 나는데 정말 열렬히 설명하셔서 더 웃음이 났다.

보고 있던 나는 농담으로,


"선생님, 대머리는... 디카프리오에 대한 모욕 아닙니까?"


근데 선생님이 멈칫 하셨다.

워낙 재치 있는 분이라 뭐라고 맞받아치실 줄 알았는데 멈칫,이라? 뭐지?

그때 옆의 수강생분이,


"미국에서는 이런 거 유머로 쳐줘요."


...라고 하고 웃으며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그걸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선생님은 그러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농담으로 한 말이고 선생님도 그렇죠, 해도 농담으로서는 별 일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를 모욕한 거라고 하면 그건 다시 대머리에 대한 모욕이 되는 거였다.

개인으로서는 농담하실 수 있지만, 교육자로서 그런 언행은 가당치 않았던 것이다.

그 때 상황을 복기하고 그 같은 결론에 이르자, 선생님은 참 말을 가려 하시는구나 싶었다.

태도와 자세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말도 있던데, 선생님은... 좋지 아니한가.

그래서 좋더라.




3


Seo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신데 현업에서 뛰시면서 강의하러 오시는 분이다.

선생님 수업을 할 때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놓치면 끝장이야.'


선생님이 워낙 박식하셔서 아는 걸 다 알려주고 싶으신 나머지 

너무 빠르게 진행하시는 거였다.

설명 한 군데를 놓치면 연결성이 있는 수업이라 그 뒤는 좌르륵 무너지기 일쑤이다.

"영특한" 나도 애먹었고, 앱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중에도 애먹는 사람이 많았다.

내 옆자리 분도 그러했고 그녀는 이 선생님을 

거의 개인교습하듯이 붙잡아두고 질문을 하는데,

그 수강생분의 열의는 알겠으나 다른 수강생분들로서는 

질문할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운 상황이 늘 이어졌었다.

그러다가 이 옆자리 분이 수업을 몇 번 결석했고 오늘 출석했는데 들은 바로는 


"선생님께서 '왜 안 나오냐?'라고, 'OOO 씨가 질문 안 하니까 

아무도 질문을 안 한다.'라고 문자를 주셨어요."


대부분의 수강생분들이 공평하게 질문하고 가르침을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갑갑했고, 선생님 스스로도 약간은 난감해하시는 걸로 보였다.

그럼에도 그 수강생이 결석하자.... 친히.... 문자를!!

인품이 너무 좋으시다.

다 큰 성인 아들이 있으신 걸로 보아, 정말 어른의 '나이'이신 것 같은데,

어쩜 저렇게 품성이 고우실까?

소년 같으시네.

그래서 좋더라.




4


Song 언니는 나와 띠동갑이시다.

처음에는 너무 천진하게 농담을 하셔서 놀랐고 

그 다음에는 너무 허약체질이시라 또 놀랐고

그 다음에는 어른의 격이 보여서 다시 놀랐다.

들은 바로는 13살 아래의 지인 여자분과 차를 마시고 산책을 했으며

얼마 전에는 12살 위와 11살 위의 지인분들과 만나서 여권발급 절차를 도와주는 등...


위아래 합치면 25살의 그 큰 나이의 격에서 언니는 선배 역할도 막내 역할도 하시는 거였다.


허약하셔서 집에만 계시지 않겠나 싶었는데,

곧 지인과 해외 여행을 가며, 지인을 배려하느라 

언니가 모든 여행 일정을 예약하고 그러신단다.

이 언니가 뭔가 대인관계가 넓고, 그간 듣고 본 바로는

세상사에 아는 바도 많은 것 같다는 정보가 모이고 있다.

어라, 멋진 언닌데?

멋진 걸로는 좋아할 수 없다.

근데 성격마저 나이스 하다.

그래서 좋더라.




5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정말 오랜만에 작은 사회에 들어왔다.

역시 세상엔 내가 모르는 앱도 많고 색다른 종류의 사람도 많다.

앱 공부는 필수 전공과목 같고 사람 공부는 필수 교양과목 같달까.

나는 나름 잘 배워나가는 것 같다.




6


배움처 수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공, 교양 모두 열심히 학습,체득하여

유종의 미를 거둬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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