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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27. 2024

자잘스토리 8 - 004 - 볶음밥심과 무관심






1


어머니는 예전만큼 식사를 잘 만들어주지 않으신다.

여전히 식사는 전담하여 마련하시지만,

때때로 만들어주시는 별식이나 특식은 그 제공 횟수가 줄었다.

아쉽지만 어머니가 피로하셔서 그런 것이니 불만은 없다.

외려 내가 만들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2


하지만 배움처에 다니면서 내 체력이 많이 고갈되었다.

허술하게 먹고 배움처에 가 공부하다가 돌아오면 밤 10시 반이 넘는다.

주섬주섬 가방과 옷을 챙겨 정리하고 늦은 식사를 하고자 

밥통을 열면... 밥이 없을 때가 허다하다.

섭섭하거나 그러지도 않다. 바로 냄비를 불에 올리고 라면을 끓인다.

후루룩 먹고, 설거지하고 잠들고 다음날 다시 배움처 가고...

그렇게 4~5개월을 지내자니... 슬슬 뭔가 많이 지친다.




3


그러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물을 만들어내야 할 때가 왔다.

나름 공들여서 작업물을 만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으신 듯 하다.

보여드리려고 해도 마다하시니.... 이건 좀 섭섭하다.

아버지는 내 작업물을 목도하시고도 바로 몸 돌려 외면하며 가버리시고,

어머니는 조금 나으시다, 보시면서 '이상하다.'라고 뭐라 하신다.

음.... 아무 말 안 하시는 아버지가 나으신 것일까?




4


근데, 어머니는 내 작업물을 보시고는 그 이후의 행동이 있으시다.

귀찮으실 텐데, 별식을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두 번 보여드렸는데 그 두 번 이후 모두 별식이 나왔다.

처음 보여드렸을 때는 그냥 가족이 다 모였으니 만들어주신 건가 보다 했다.

두 번째 보여드렸을 때, 내게는 작품에 대해 역시 '이상하다.'라고 한참 썰을 푸신 후,

주방에서 뚝딱 움직이시더니, 특별히 나에게만 고기 잔뜩 들어간 볶음밥을 해주셨다.


뭐지? 번거로워하시던 별식을?

이거 응원이신가?




5


기왕 응원해 주실 거면, 작업물 칭찬을 좀 많이 해주시고 

'먹고 더 잘 해라.'하시면서 볶음밥을 주시면 좋으련만,

듣고 힘 빠지는 말씀만 잔뜩 하시고 그 이후 볶음밥을 해주시면..

이걸.... 삐딱하게 생각하게 되지않겠는가 말이다.

뭔가 '먹고 내 모진 말을 견뎌라.'하시는 것 같지 않느냔 말이다.


기분은 묘한데 일단 입맛이 돌아 배가 불러오니, 


'어머니의 요리는 옳다, 어머니의 요리는 사랑이다, 

어머니의 섭섭한 말씀은 병을 주신 것이지만, 

요리가 따라오니 결론적으로 약을 주신 것이다....'


..뭐 요래가며 포근함을 느끼고 있다.




6


기준 3개의 작업물을 기한 내에 제출해서 합평 받을 기회를 얻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26일에 합평을 받는다.

작업물에 너무 개인적인 정보가 들어가 있어 

'내가 왜 컨셉을 저리 잡았나'라는 난감함이 몰려와

머리를 탕탕치고 싶지만... 참는다.

뇌세포 죽으면 머리 나빠지니까.


아무튼 난감함과 약간의 민망함을 감수하고 얻은 합평 기회이다.

수강생분들에게 어떤 것에 중점을 둔 합평을 듣고 싶은지 

재미있는 질문을 준비해오시길 바란다는 선생님의 당부가 있으셨다.

질문 준비? 아... 그냥 떨리는뎅.




7


어머니가 주신 볶음밥'심'과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힘을 내어 합평을 받으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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