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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20. 2024

자잘스토리 8 - 003 - 무용한 선물






1


오빠와 새언니의 생일이 다가온다.


간소하게 사시는 분들이고 그래서 필요한 것이 많이 없고,

그래서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갖추고 사는 분들이다.


생일 선물로 뭘 사야 하지 너무 고민이 많이 됐다.

그간 실용성 위주로 구입해서 선물했는데

홈런 치듯 시원하게 만족할 만한 선물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

간소하게 다 갖추고 사는 분들이라서.




2


그래서 올해 선물은 아주 미리부터 작정을 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아주 무용한 것을 선물하기로.




3


내 취미가 보석돌 수집인데,

오빠 언니에게 보석돌을 선물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그냥 반짝이는 돌을 과연 좋아할까?


내 지갑이 두툼하지 않아서 휘황찬란한 고가의 보석돌을 선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격을 들으면, 길거리 짱돌 걷어차듯이 대하지는 못할 보석돌을 구입했다.

크기가 작아서 하찮게 보일까 봐, 

선물로 건네줄 때 아예 가격을 말할까도 생각 중이다.




4


오빠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니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새언니는 캐보션급 보석도 아니고 보석돌인데 좋아할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언니가 마음에 든다고 말할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예의가 있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라서

실상 마음에 안 들고 '이걸 어따 써?'라고 생각할지라도

예쁘다고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거의 확실하게 말이다.




5


결국 나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빠는 마음에 들어 할 확률이 높고, 

언니는 예의가 발라서 마음에 든다고 할 것이 분명하고.

내가 깨진 콘크리트 돌을 주는 게 아니고, 

적어도 성의를 담아 보석돌을 선물하는 것이니, 

두 사람은 썩 마음에 안 들어도 예의로서 고맙다고 할 것이니 말이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니깐.

그러나 그런 두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선물을 하고 싶다.

그러한 두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니까 말이다.




6


그런데... 말이 돌고 도는데.... 두 사람은 갖출 것을 다 갖추고 살아서

뭘 선물해도 안타를 치기 힘들며, 결국 지친 나는 두 사람의 예의만 믿고

무용한 선물을 준비했다, 작정하고.

그들에게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이 '소용'있을 수도 있다고 건넨 뒤,

사람들에게는 가족에게 돌을 선물했다는 '무용담'을 떠벌리며, 

그런 선물을 하고도 '조용'한 감사를 받았으며,

기쁜 나머지 나는 한바탕 덩실덩실 '무용'을 쳤다고....

그냥 예의로 감사하다 했는데 '무용'치는 동생이 못마땅한 오빠는 

혼을 좀 내야겠다고 생각, 포즈를 취하고 엄지로 코를 치며 '아뵤용~!'

그 후, 나, 울게 되는 거 아닐까 모르쑝.




7


죄송하다. 손 푼지 얼마 안돼서 글이 잘 안 나온다.

다가오는 우리 오라버니와 새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시길.

오빠, 언니, 생일 축하하고 건강하세용.

무용한 선물 받아서..... 용용 죽겠죵~




8


핏줄 속에 농담 유전자가 떠도는 것 같다.

농담하고 싶어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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