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청하면 거의 받을 수 있다는 '쯩'을 나도 한 번 신청했다.
제출해야 할 증빙서가 많으면 통과가 어렵겠다고 판단해서
신청 시도를 주저했다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한 번 해 봐?'
...하고, 오늘 새벽에 해당 사이트에 신청서를 넣었다.
작성하면서,
'쓰다가 막히는 것 있으면 쓴 데까지만 작성하고 제출해 보지, 뭐.'
...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적어 넣어야 할 필수 항목이 많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말 많이 걱정했던 증빙서류를 하나도 넣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했던 건지,
아니면 정말 안 넣어도 되었던 것인지 확실치 않았으나,
통과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 마음으로 작성을 완료하고 제출했다.
2
오전 9시 몇십 분쯤. 통과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일사천리로 증서도 받아왔다.
아버지께 이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크헐헐 웃으신다.
"안되면 어쩌려고 했니?"
"글쎄요. 나중에도 신청은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한 3년은 파야 했을 걸요.
그럴 생각이었구, 그거 하면서 심심한 일상은 안됐을 거니까..
뭐... 3년 동안은 작업물을 쌓았겠죠.
그리고 그때 가서 다시 신청했겠죠..."
나의 대답에 아버지가 다시 크헐헐 웃으셨다.
나는 어리둥절해져 버렸다.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증서 하나 얻었을 뿐인데 저렇게 재미있어 하신다고?
3
아까 내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자니
문득 아버지가 방문을 여시고 갑자기 말씀하신다.
"송가인이도 1등 돼서 한방에 부자 되었고,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음.. 잠시 아버지가 약주를 하셨나 의심했다.
3년 잡고 있다는데, 왜 하늘이 내린 스타 송가인 님의 성공과 견주시나?
게다가, 그분은 가수잖아?
"3년은 해야 해요."
"너도 인생 역전 하는 거야!!"
이쯤 되니 나는 웃음이 터졌다.
4
어머니의 반응은 좀 다르시다.
세심한 분이라 걱정이 많으셔서,
"쉽게 된다고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고, 조심하고..
아무 데나 된다고... (너무 길게 더 있으니, 생략한다.)"
아버지는 유쾌해서 과장으로 응원하시고,
어머니는 세심해서 걱정으로 조심시키시고,
그래서 알았다.
5
'쯩'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이미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 증서 없어도 당장 작업하는 데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다.
부모님도 내 작업물을 다 보신 건 아니시지만,
아무튼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다.
근데 그 증서 하나가 사람을 달리 보이게 하나보다.
마치, 전력을 다해 매진할 것 같은...
흡사, 밤낮을 잊고 몰입할 것 같은...
거의, 인생 걸고 할 것 같이 보이셨던 것일까?
위의 비유는 과장이 섞인 것이고
대체적으로 '쯩'까지 신청해서 받아왔으니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생기있게 살 것 같다는,
딸내미가 의욕을 갖고 도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나 보다.
그게 보기 좋아서 응원하고 싶으셨고 걱정하면서도 기대하시는 것이리라.
사실, 나는 도전은 아니고 재미로 하려는 건데,
증서를 만든 건, 좀 더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
책임감을 일부러 짊어지고 의욕을 갖고자 하는 마음인 것은,
그건 맞다, 두 분이 옳게 보셨다.
6
오랜만에 관심과 응원을 받다 보니 어리둥절하지만,
기준을 잃지 않는 져니.
져니는 재미로 작업을 할 것이다.
돈이 따라오면 좋은 거고, 정말 따라오면 송가인 님 되는 거고,
안 따라오면 작업의 잔재미를 느끼며 큭큭 웃는 자기만족은 되는 거고,
제일 좋은 건, 성공하면 돈이 오는 거고,
실패해도 돈은 안 없어진다는 것.
7
내가 노후 여가를 아주 재미나게 살게끔 잘 조절해 놨단 말이지.
책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다꾸하고....
주로 소모하기 보다는 쌓아 올리는 취미로 조합해놔서,
난 재미있게, 안락하게, 잘 살 것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쯩'은 '책임감을 싣는 고취제' 같은 거로 신청한 건데,
뭔가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면 재미없 고통제'같은 느낌이다.
음... 약간 부담되는데....
....찢을까?
8
농담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