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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08. 2024

자잘스토리 8 - 023 - 언문일치






1


새로운 취미랄까, 습관이랄까....


새로운 작업 과정이 생겼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과정을 하나 첨가하여, 취미 혹은 습관을 개설했다.

첨가된 과정은 오로지 나 혼자 행하는 거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끝내는 게 난감하고 어렵고 낯설다.




2


'글을 쬐끔 잘 쓰게 되었나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글쓰기 시작한 지 십수 년 후가 되어서야,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칭찬을 들어서였고,

이제 글을 한층 더 잘 쓰려고, 다시 앞으로 십수 년 후에 

유의미한 인정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노력하려고 한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중에, 

아주 미묘하고 사소하지만 은근히 웃음이 나는 그런 것들,

나는 분명히 그것들이 웃음 나고 재미있는데,

아주 공을 들여 설명하면 웃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그러나, 공을 들이다 못해 예시까지 붙여서 설명했는데도,

웃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나와 상대의 유머에 대한 사고 체계가 다르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하는 노력과 이해하는 노력이 서로 부족했다고 할 밖에.




3


글과 말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책안에 있어야 할 문장이 있고, 대본에 있어야 할 대사가 있고,

대화에 있어야 할 말이 있다.

셋 다 언어인데 형식과 쓰임과 사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개인적 일반 글을 많이 써봤고, 요즘은 대본을 쓰고 있다.

대본은, 극에서 대화를 위한 '말'이기도 하다.


내가 어디 대본을 써봤겠는가?


써놓고 눈으로 읽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소리 내어 읽어보면, 발음이 꼬이고,

분명 종이 위에서는 참 적절한 단어를 사용한 걸로 보였는데,

소리 내어 말해보면, '그런 말은 고조선 시대의 방언 아님니?'라고 느껴져서,

퍼뜩, 스스로 민망하다.




4


쓰고,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퇴고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여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

정말 딱 폼 잡고, 노란 조명도 켜 놓고는 감정 실어 대본을 읽어본다.


뜻대로 잘 안된다.

일사천리로 예쁘게 촤~악 스르륵 한 번에 다 읽고 싶은데,

자꾸 혀가 꼬인다.


근데 나는 내가 쓴 글이 너무 재밌어서 내가 읽으면서 막 웃는다, 

혀가 꼬이는 것도 뭔가 웃기고,

재미있게 쓴 부분은 '재치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이 너무 재미있다.

젠장할, 이러면 안돼는데, 내 커피에 누가 웃음 버섯을 넣었나?


아무튼, 난 내 글이 너무 재미있다.

근데 내가 아무래도 말은 재미있게 못하는 것 같다.




5


내가 반응하는 그 미묘한 포인트....

그걸 글로도 표현하겠지만, 말로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그 포인트를 봤을 때, 그걸 말하는 내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억양,

기분, 뉘앙스, 상대의 반응, 웃음소리, 웃음에 겨운 동작...

그러한 것들을 다시 기록하고 싶다.




6


글쓰기에 대해 유의미한 칭찬을 십수 년 만에 들었던 것은, 

십수 년 만에 글쓰기 모임에 가입해서였다.


낯가림이 심해서 혼자 어디 가입 안 하는데, 그땐... 했다.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그리고 그때 가입해서 여기저기 글쓰기 모임에 다니면서

몇몇 분이 칭찬해 주시는 말을 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말씀 자체도 힘이 되었지만, 역시, 

골방에서 나의 듬성듬성한 꾸준함과 미미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십수 년을 붙들고 쓰다 보니 쌓이는 게 있는가 보다.' 싶어서, 그래서 기뻤다.


노력을 기울이면 답이 온다,는 기본 상식이랄까, 

진리랄까, 법칙이랄까, 섭리랄까...

그게 나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했다.




7


글은 내면으로 침잠하고, 말은 세상으로 소통한다.

언어에 대해 능숙하고 싶다.

나의 새로운 취미는 '대본 쓰고 읽기' 이다.

글도 잘 쓰고, 말도 잘 하려고 말이다.

이것도 십수 년 끈기있게 붙들고 하면 

내면도 풍부해지고 세상과의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나, 자꾸, 내가 쓴 대본 보고 웃어서... 큰일이네.

앞으로 만약, 재치의 경지가 극에 다다르면.... 나...

...개그 대본... 쓸.. 까?




8

재미있고 예쁜 말, 적확하고 풍부한 표현의 말에 관심이 많다.

언행일치도 중요, 언문일치도 중요.


'대본 쓰고 읽기'는 언문일치를 위한 수행이며 취미가 될 것이고,

언행일치는.... 언문 일치를 해나가는 게... 하나의 언행일치이지, 뭐.


휴~ 두 개 할 꺼, 하나로 줄였다.


나의 새 취미를 응원해 주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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