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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15. 2024

자잘스토리 8 - 024 - 꿈은 보자기






1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지인에게 질문을 했다.

내 질문에 대답하는 지인은 하나의 뉘앙스를 풍겼다.

내 머릿속, 일전 일들의 기억만 확실하다면, 그 기억이 80%만 확실하다면,

지인의 그 뉘앙스가, 알지 못하는 건지, 회피하는 것인지...

가늠이 됐을 것이다.




2


기억들이 질서 없이 어지러우며 확실성도 낮았다.


'그때, 그랬지?'...라고 까딱 허술하게 물었다간

'아닌데?'라는 답과 함께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까 봐,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 아니라고? 음... 나, 꿈꿨나?"


...라고 즉시 수습, 포장, 무마했다.

꿈이란 위대한 것이로구나!




3


어린이의 소망도,

청년의 야망도,

노인의 갈망도,

모두 다, 바라마지않는 꿈.

그리고 한 사람의 망각을 예쁘게 감싸는 게 가능했던 '꿈'.

포장이 가능한 데다가, 덮어주는 것도 거뜬한, 보자기 같은 것이렸다, 꿈은!


그래서 그런 노래가 있었나 보다.


네 꿈을 펼쳐라!

네 꿈을 펴얼쳐라~(옛날 노래이다.)


보자기 같은 거라 펼치라고 했나 보다.

근데 꿈이 펼쳐지는 거라, 꿈 비스름한 기억도 나래 펴고 가버린 걸까?

술을 마셨던 것도 아닌데 도통 기억이 안 나서.... 환장할 노릇이다.




4


통화로 간단히 말하긴 했지만 지인은 친절히, 

딱히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고 무안하지 않게 나를 잘 대해줬다.

한 달을 두고 한숨 쉬어가며 서너 차례 물었음에도, 

그때마다 그녀는 성실히 답을 해주었다.

나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지인에게 그만 마음이 뭉클해져서,

그녀가 답을 모르는지, 회피인지, 가늠할 여지도 없더라,

그냥 믿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를 좋아하는 심정이 동하는 것과 별개로,

내 궁금증은 풀어야만 했다.




5


그때 그랬어?...라고 묻기에 민망해서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내 몸무게가 줄어든다.

사실 그닥 민망하고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내향형... I... 아니다... i... 아니다... 

.... ; ... 아니다... : 그래 그게 맞다.

극:, 그래서 확인을 해야 하는 일을, 자꾸 묻기가 어려워진다.




6


그녀가 술을 안 마신다.

나도 술을 잘 안 마신다.

결국 우리 사이엔 취중 진담이란 있을 수 없다.


싸울까?

싸우면서 "확인해 달란 말이다! 이 가스나야!"라고 주먹질을 할까?

싸우면서 정도 들고 끈끈한 우정이 생긴다고도 하던데?

여자 사이에도 가능하겠지?


근데 그렇게 안 하는 게 좋겠다. 내가 체구가 더 작다. 

불리하다. 맞으면?

아파.




7


에라이!

최면 요법 받아서 기억해 낼까 부다.

어휴. 나는 왜 : 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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