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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Nov 23. 2024

자잘스토리 8 - 046 - 일이 많은 주간






1


지하철에서 실로 오랜만에 만쥬를 샀다.

11개 들입 한 봉지에 3천 원이었는데,

정말 근래 10년 동안 사 먹지 않았기에

맛이 궁금하더라. 

지인과 한 봉지씩 쥐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전부리로 3개쯤 먹었는데 뜨끈뜨끈 해서 맛있었다.

슬며시 갈무리했다.




2


집에 돌아오니,

김장 준비로 집안이 어수선했다.

마주친 아버지께 만쥬 3개를 드리고

어머니가 나타나시기를 기다렸다.

어머니가 나타나셨건만....

만쥬가 식어서 썩 맛이 없겠더라.

그러나 우리 집엔 나의 친구,

전자레인지가 있다.

돌렸다, 15초.


어머니가 김장 준비하시느라 출출하셨을 때이긴 했으나,

정말 갓 만든 듯한 따뜻한 만쥬를 솨샤솩~~

입안에서 녹이시며 맛있게 넘기셨다.


잘 드시는 걸 보니 짜릿한데... 왜 짜릿한지? 나, 변태인가?




3


어머니 몸집이 자꾸 작아지시는 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근데 오늘 보니 아버지도 체구가 좀 줄어드신 것 같아서

폐부에서 끓어올라오는 한숨을 크어헉~하고 쉬었다.

트림 아니고 한숨.


아버지께 황금향을 드렸다, 달다고, 맛있다고 말씀드리며.

황금향 껍질이 얇고 과육에 붙어있어 잘 안 까지자,

한입 드시고 분명 맛있는 건 아셨지만, 

손에 과즙이 흘러나와 묻고 그러니까

번잡스러우셔서 안 드시려고 하시더라.

나도 아버지 닮아서 손에 묻히며 먹는 거 싫어하지만,

이미 묻은 손이니, 그리고 맛있으니까, 열심히 까서 

아부지 입에 넣어드렸다.


이틀 전에 당신의 심부름을 안 해서 

아버지가 나를 못마땅해 하시는 와중이었는데,

그래서 약간 밉보이고 있는 중이어서 문제였는데, 이로써 문제 해결.

아버지가 완전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셨으니까, 해결된 게 확실.




4


이번 주에는 일이 많다.

어머니 생신, 아버지 생신, 김장, 외출...


아까의 외출 한 번으로 몸에 피로가 왔는지

몸살의 시초인 콧물이 시작되었다.

완화시켜보고자,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고 있다.

근데 이러다 물만 먹다 배 터져 죽겠다.

팍 잠드는 게 감기엔 제일 좋은데,

이런 저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 견디고 있다.


오늘 밤은 잠이 달 것 같다.




5


한 2주간, 몸도 마음도 고되었다.

정성이 통하던, 마음이 통하던, 말이 통하던,

통하는 데에도 시의가 적절하고 방법이 적당해야 한다.

가닿지 못하고 와닿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의 불통들에

왠지 훈수를 두고 싶지만, 내가 그럴 처지이던가.

오늘도 가장 간단한 의사 표현을 시의적절하게 하지 못해

오해를 살 뻔 한 걸 생각하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역시 소통은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선한 의도가 확실하다면 크게 엉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엉키지 않는 소통을 하려면,

소통의 대상이 좋은 사람이면 된다.


아차 싶었던, 삐끗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등줄기에 땀나던 순간들이 내가 잘나서 잘 모면한 것이기 보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잘 받아주신 거라는 걸 새삼 느낀다.


근데 가끔, 그다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충분히 알면서도

깔아둔 매트리스 치워가며 안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

일정 많은 이번 주에 두 번의 곤란함을 겪었지 뭔가.

욕 할거다. 


뇌진탕이나 겪어랏!




6


일단 욕 하고나니 마음이 불편... 하지 않다.

차~암 편안하다.

오늘 밤 잠이 달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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