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년 1월에 세 개의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전시회는 이미 얼리버드 표를 구입해 놨고,
나머지 한 전시회는 얼리버드 예매 기간은 끝이 나서,
현장 구매해서 봐야 할 것 같다.
2
전시회 관람은 좋아하는 문화생활이라
내리 5시간을 서서 관람한들
어려울 것도, 싫을 것도 없다.
다만 문제가 있으니, 나는야 집순이.
시간 조절을 못하면 운 나쁘게 3번,
시간 조절 잘하고 체력이 좋으면 그나마 다행으로 1번.
최소 1번에서 최대 3번을 외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너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전시회 관람 자체는 문제가 안되는데, 한번 마음먹고 외출하는 게,
나는 특히 혼자 가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 또 혼자 가려고 하면
당최 외출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그럼 약속을 잡고 함께 가서 보는 게 좋지 않느냐?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소심해서 자꾸 같이 간 사람을 살펴본다.
한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은근히 서로 조율해야 하는데,
소심해서 내 페이스대로 머물러 감상하지 못하고
같이 간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주다가 어영부영 어수선하게 관람이 끝이 난다.
3
정말 잘 맞고 편했던 지인은...
그림에 대한 지식을 나누기보다 감상을 나눌 수 있었던 친구 그녀와는,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략 서로의 페이스를 존중해 주었고...
대화하기도 참... 자연스럽고 편했다...
그 친구가 내게 최고의 친구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시회 관람 친구로서는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어쩌면 그녀가 내 감상 방법을 존중해 줘서
내 감상법에 알맞게 자신의 감상 표현을 맞춰준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그녀에게 배려 받은 것 같아서 마음 따뜻해지네.
그럼에도 서로 결이 잘 맞았기에 전시회 보러 같이 돌아다니고 했지 싶다.
4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곧 10주기이다.
한가람 미술관, 덕수궁 미술관, 시립 미술관, 소마 미술관, 현대 미술관, 국립 미술관, 전쟁기념관, 인사동의 갤러리 여기저기...
그녀 생전에는 전시 관람의 80%를 그녀와 함께 다니며 봤다.
20%는 그녀의 취향이 아닌 전시회이거나,
하루에 표값으로 전시회를 2개 보기에는
재력도 체력도 힘겹다고 해서 마다했던 경우가 있었었다.
음... 나는 그때에도 하루에 몰아서 전시회를 봤나 보다.
아마 나는 그때도 여러 번 외출하기 싫었겠지.
아무튼 방학이 있는 여름, 겨울 시즌에 큰 전시회들이 많이 열린다.
전에 드가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봤는데
당시 팬데믹으로 사회 상황이 좋지 않자
드가 전시회가 취소되었고, 그 이후 꽤 긴 기간 동안 큰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제 슬슬 다시 전시회가 열리니 기쁘다.
5
고가의 미술품을 다루는 미술 관계자들이
팬데믹으로 폭동, 전쟁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미술품의 안위를 생각하며 전시회를 무산시켰으니,
이번 1203 사건에 대해서도 위험하다고 판단, 미술품을 철수시키지 않을까,
내심 그들의 동향이 궁금했다.
전시회는 한창 진행 중인 상태였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민성에 찬사를 보내는
외국 언론의 영향이 작용된 것일까,
전시회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래서 나는 다음 달에 외출 요일을 정하고 있다.
일단 안심은 하고 있달까.
그러나 낯가리고 소심한 사람은 대개 겁도 많다.
극악무도한 자들이 이상한 일 벌일까 봐 마음이 울렁울렁한다.
내년, 이 땅에 미술 전시회와 내 문화생활은 보장이 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