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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52 - 하루하루

by 배져니







1


일찌감치 오빠 내외의 생일 선물을 그들의 집으로 배송 보냈다.

생색을 내려면 집에 왔을 때 떡하니 건네주고는

집에 돌아갈 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까지 받는 것이

생색을 제대로 내고 받는 ' 정도'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나는 만사가 피로하다.

생색도 피곤하고 인사받는 것도 뻘쭘하니,

게다가 선물 부피가 좀 커서 들고 돌아가는 귀가길이 번잡할 테니,

그걸 생략하게 하는 것도 선물의 하나라고 생각,

구입처에서 배송지 설정란에 오빠 집 주소 선택, 직통으로 보냈다.




2


두 사람의 선물을 구입해야 했으므로 지출 금액이 좀 컸다.

그러나 몇 해 동안 오빠가 본가에 왔다가 집으로 귀가할 때면,

오빠 본인의 지갑을 가끔 열어보고 지폐가 없으면 한 장,

있으면 두 장, 그런 식으로 내 손에 용돈을 쥐여주고 갔다.

게다가 미술 전시회 정보까지 알려주며 표값과 음료값을 계좌에 넣어주는 등...

고마울 때가 여러 번이었으니.... 나도 염치가 있지,

이번에 페이백의 개념을 발휘하기로 했다.


오빠가 몇 개월 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다는 물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어서 아직도 안 샀으면 내가 사주겠다니까,


-꼭 필요한 게 아니라서 안 사는 거야. 괜찮아.-


...라고 문자가 오길래,


-그런 걸 왜 사려고 해? 선물로 받아야지. 내가 사줄게.-


호기롭게 문자를 보내고 상품 검색해 보니.... 여.. 열라... 비싸...

그 물건이 비싼 건 50만 원이 넘길래 아찔했으나,

다행히 오빠가 찜한 물건은 저렴한 축에 속하더라. 결제 버튼 꾹.




3


새언니 몫으로는 생각해 둔 물품이 있었으나,

새언니가 좋아할지 아닐지 몰라서 구입하기가 애매했다.

마침 필요한 물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고민에서 해결되었다.

좋아할 물품을 알면, 엉뚱한 선물을 할 확률이 낮아지니까 말이다.

언니답게 실용적이고 건강에 좋은 물건을 원하더라.

그걸 보다 보니 우리 집 가족들 몫으로도 구입해 볼까 생각이 들던걸.

새언니의 사용 후기를 들어보고 나중에 생각 한 번 해 봐야겠다.

아무튼 역시 결제 버튼 꾹.




4


새해이고 기분 전환을 위해 가족들에게 선물을 했으니,

사람은 사랑을 골고루 나눠줘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누구보다 중요한 나, '나 자신'에게도 사랑을....

나 자신에게도 선물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불성설일까?

그렇다면... 근검절약의 정신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싼걸'로 사주면...

...음... 어불성설?

그럼 근검절약의 정신으로 2월까지는 안 사겠다.

...후우... 31일까지 있네...




5


새해가 시작되었다.

1년 동안 눈뜨면 선사되는 365개의 선물, '하루'들.

좋은 선물이다.

매일매일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달달하게 하루하루를 즐길 생각이다.

근데 1월 한 달간의 곶감은 좀 덜 달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싼걸'로 사주면....

안 되겠지?

흠... 그냥 말해봤다.... 쳇.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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