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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54 - 살짝 땀

by 배져니






1


이번 달 지출 관리를 규모 있게 다루지 못해서,

어디서 바람이 부네... 하고 봤더니,

내 심장 부분이 뻥 뚫려서... 심정이 시리고 불안하고... 흑.




2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어쨌든 내가 알뜰하게 지출하지 못해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부모님이셨다.


뭐, 애초에 내가 간식을 전담하겠다는 표명을 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스리슬쩍 간식 타임을 가끔 물어보셔서,

이제는 안 하겠다고 하면 나쁜 딸이 되는 것만 같다.


물론 워낙 입이 짧으신 분들이라

없으면 안 드셔도 아무렇지 않은 분들이시지만,

딸 된 입장에서, 빤히 간식을 기대하시는 데 준비를 안 한다?

그건 딸로서의 내 자아가,


'천인공노할 죽일 불효녀'


...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기분이 별로인 거다.




3


며칠 전 오빠가 집에 다녀갔는데,

용돈을 찔러주고 가더라.

와아... 그걸로 져니의 장바구니 경제가 확 살아나서

들입다 간식을 샀다.

쑥 앙금 떡, 롤 과자, 쿠키, 약과, 라면 등등....

지난 구입 시에 잘 드시던 것으로 검증된 간식들이다.

박스째로 구입했더니 양이 꽤 많은 것 같다.




4


부모님이 출출하실 때를 잘 겨냥해

적절한 시간에 간식을 앞에 내어 드리면 된다.

부모님은 이상하게도 그냥 당신들께서 생각날 때

가져다가 드시면 좋을 텐데, 안 가져다 드신다.

그간의 간식들이 약간의 조리가

필요한 식품들이라서 그러셨을지도.


일단 내가 시간이 나면 내어드리겠지만,

이번 식품들이 하나같이 낱개포장 간식들이다.

개별 포장으로 하나씩 꺼내 드시기 좋고,

부담 없이 한 번에 드실 수 있는 것들로 선택했다.


오빠 덕에 간식을 구입, 준비할 수 있어서

천인공노할 딸은 안될 수 있었지 뭔가.

근데 사놓고 안 챙겨드리면...


-도리는 했다, 난 책임 없음.-


...라고 모르쇠 하는 것 같아서 더 별로인 딸이 된다.


한번 고객, 평생 고객....이라는 예전 어느 카피처럼.

한번 부모님, 평생 부모님.... 은 내게는 당연한 진리이고,

한번 간식 제공, 부모님껜 평생 차림 제공.....


...같은 마음을 가지려 한다. 좋은 딸자식이 되고 싶으니깐.

이렇게 속 깊고 따뜻하고 사려 깊은 딸자식인데,

왜 아부지는 자꾸 친딸인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고 하시지?

참~나.




5


늘 긴축 재정 상황이긴 하다.

이번에 유난히 삐끗했었지 뭔가,

그래서 살짝 땀났었음.

다시 긴축 재정 정비, 그리하여 극복하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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