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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61 - 쓰면서 뇌를

by 배져니





1


나는 꿈을 꾸면서... 원대한 꿈, 그런 거 아니고,

진짜 잠자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꿈을 꾸면서....

인생을 한 네 번쯤 더 산 것 같은 기분이다.


꿈속의 내용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위험천만하고

자극적인 스토리였던지, 꿈을 꾸고 난 후,

완전 팍삭 늙은 기분이 든다.




2


요즘 들어 거의 판타지스러운 꿈을 꿨는데,

이상스럽게도... 꿈속에서 나는 여주인공이긴 한데,

새초롬하고 귀엽고 가녀린 여주인공이 아니라,

입담 걸쭉한 개그우먼처럼 사람을 웃기는 여주인공이다.

아름답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순전히 웃겨서 쳐다보게 되는 여주인 것이다.


근데, 나는 정말, 꿈속이라지만 웃겨서 주목받는 것이 너무 싫고,

그렇다고 예쁘고 아름다워서 주목받는 것도 싫다.

나는 원래 주목받기보다, 다른 이들을 관찰하며 사는 걸 더 좋아하는데,

꿈속에서 그렇듯 야단법석으로 내가 웃기며 주목을 받고 있으니...

꿈에서 깨서 나서는, 몸서리를 친다, 다행히 꿈이었구나.. 하고.




3


그런가 하면 또 완전 위험한 상황에 빠져서

정말 죽네 사네 하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나는 겨우 살아나는데,

그 이유인즉슨,

나쁜 놈들을 내가 말로 웃겨서, 나쁜 놈들이 웃고 나니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나를 놓아주는...

뭐, 그런, 별 희한한 상황을 꿈으로 꾸는 거다.




4


현실에서는 거의 조용히 듣는 입장이고,

거의 모든 모임에서 리액션 담당이라 묻혀있는데,

글쎄, 그런 현실과 상반된 입장을 살아보라고

무의식에서 펼쳐준 꿈의 장인가 싶기도 하다.




5


덕분에 글로 써볼 소설 3권쯤은 나온 것 같다.

몇 년째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신이 '져니야 제발 좀 써라. 소재 주께.'라고

꿈이라는 형태로 소재를 뭉텅이로 뇌 속에 넣어주시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땡큐 베리 감사!

소재와 내용은 너무 재미있는데, 걱정이라면,

내가 그 다이내믹한 상황과 섬세한 감정의 이야기를

글로 잘 재현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6


내가 만약 소설 속에 등장한다면,

왓슨 같은, 옆에서 지켜보고 기술하는 그런 역할이고 싶다.

듣고 계십니까, 신이여?

오늘 밤 꿈에는 [셜록 홈스]를 능가하는 탐정소설 소재 좀....

나는 왓슨으로 나와야 해요, 꿈이라지만 위험에 처하면

정말 심장이 벌떡벅떡해요...

위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왓슨으로 출현시켜줘요.




7


꿈인 듯, 환상인 듯, 현실인 듯,

내 하루를 '이야기'들이 점령하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솟아오른다.

그렇다... 기계식 키보드 사놓고,

겨우 검색어 치는 데에만 사용하는 건 아까운 것 같다.

이제 뭣 좀 써봐야겠다.




8


어디선가 글 쓰는 손끝에 뇌가 있다...고 그러더라.

대략, 쓰면서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인 듯했다.


에세이, 혹은 일기, 또는 메모를 쓰시면서

뇌를 깨워보시길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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