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꿈을 꾸면서... 원대한 꿈, 그런 거 아니고,
진짜 잠자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꿈을 꾸면서....
인생을 한 네 번쯤 더 산 것 같은 기분이다.
꿈속의 내용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위험천만하고
자극적인 스토리였던지, 꿈을 꾸고 난 후,
완전 팍삭 늙은 기분이 든다.
2
요즘 들어 거의 판타지스러운 꿈을 꿨는데,
이상스럽게도... 꿈속에서 나는 여주인공이긴 한데,
새초롬하고 귀엽고 가녀린 여주인공이 아니라,
입담 걸쭉한 개그우먼처럼 사람을 웃기는 여주인공이다.
아름답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순전히 웃겨서 쳐다보게 되는 여주인 것이다.
근데, 나는 정말, 꿈속이라지만 웃겨서 주목받는 것이 너무 싫고,
그렇다고 예쁘고 아름다워서 주목받는 것도 싫다.
나는 원래 주목받기보다, 다른 이들을 관찰하며 사는 걸 더 좋아하는데,
꿈속에서 그렇듯 야단법석으로 내가 웃기며 주목을 받고 있으니...
꿈에서 깨서 나서는, 몸서리를 친다, 다행히 꿈이었구나.. 하고.
3
그런가 하면 또 완전 위험한 상황에 빠져서
정말 죽네 사네 하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나는 겨우 살아나는데,
그 이유인즉슨,
나쁜 놈들을 내가 말로 웃겨서, 나쁜 놈들이 웃고 나니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나를 놓아주는...
뭐, 그런, 별 희한한 상황을 꿈으로 꾸는 거다.
4
현실에서는 거의 조용히 듣는 입장이고,
거의 모든 모임에서 리액션 담당이라 묻혀있는데,
글쎄, 그런 현실과 상반된 입장을 살아보라고
무의식에서 펼쳐준 꿈의 장인가 싶기도 하다.
5
덕분에 글로 써볼 소설 3권쯤은 나온 것 같다.
몇 년째 소설을 쓰지 않았는데,
신이 '져니야 제발 좀 써라. 소재 주께.'라고
꿈이라는 형태로 소재를 뭉텅이로 뇌 속에 넣어주시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땡큐 베리 감사!
소재와 내용은 너무 재미있는데, 걱정이라면,
내가 그 다이내믹한 상황과 섬세한 감정의 이야기를
글로 잘 재현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6
내가 만약 소설 속에 등장한다면,
왓슨 같은, 옆에서 지켜보고 기술하는 그런 역할이고 싶다.
듣고 계십니까, 신이여?
오늘 밤 꿈에는 [셜록 홈스]를 능가하는 탐정소설 소재 좀....
나는 왓슨으로 나와야 해요, 꿈이라지만 위험에 처하면
정말 심장이 벌떡벅떡해요...
위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왓슨으로 출현시켜줘요.
7
꿈인 듯, 환상인 듯, 현실인 듯,
내 하루를 '이야기'들이 점령하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솟아오른다.
그렇다... 기계식 키보드 사놓고,
겨우 검색어 치는 데에만 사용하는 건 아까운 것 같다.
이제 뭣 좀 써봐야겠다.
8
어디선가 글 쓰는 손끝에 뇌가 있다...고 그러더라.
대략, 쓰면서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인 듯했다.
에세이, 혹은 일기, 또는 메모를 쓰시면서
뇌를 깨워보시길 권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