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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62 - 농담

by 배져니






1


며칠 전엔 컴퓨터를 하다가 슬며시 책상에 엎드려 졸았는데

방문이 똑똑, 열리더니


"져니야 나와서 먹고 자라."


...라고 하시고는 어머니가 문을 닫으셨다.

근데 나는 너무 졸렸던 거다.

졸다가 깬 김에 아예 좀 더 잠 자보려고 일어나

침대에 풀썩 누웠다.


다시 똑똑, 소리가 나더니 누워있는 나를 확인하신 누구신가가

되돌아가시는 듯, 다시 들어오셔서


"너... 이건데, 정말 안 먹고 잘 거야? 함 봐봐, 봐봐!"


...라고 아버지가 장난을 거시는 거다.

실눈 떠서 보니, 내가 좋아하는 딸기.... 그러나 졸리웁다.


"안 먹어요..."


분명 대답했는데 아버지는 장난치시는 재미를 붙이셨는지,

딸기 상자를 내 코앞에 아른아른 흔드시며 두세 번 장난치셨다.


"안 먹어? 나중에는 없다, 우리가 다 먹는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상관없었다.

분명 남겨두실 게 확실했으니까.


그날 늦은 밤에 일어나 나는 냉장고를 열어보고

여지없이 예쁘게 놓인 딸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2


오늘은 늦은 오전에 일어났다.

식탁 위에 김밥이 있었다.

보니까 어머니가 만들어놓으신 김밥이다.


어머니께서 가끔씩 김밥을 만들어주시는데

단무지와 다른 재료들을 아주 적절하게 조합하여

정말 맛있게 만들어 주신다.

한번 만드실 때에 한 10줄 정도 만들어 놓으시는데,

당연하게 오늘 아침 나는 식탁 위의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딱 생각하기에도 점심 끼니까지는 김밥으로 식사하겠구나 생각했다.


지금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버지께서 똑똑 내 방문을 여시더니,


"점심밥 안 먹어?"


"김밥을 아까 늦은 아침으로 먹어서, 아직 배불러서요."


"그럼, 김밥 내가 다 먹는다. 진짜 다 먹는다? "


...라고 하시고는 문을 닫고 가버리신다.


내가 아까 주방에서 들춰보니 김밥 5줄쯤이 남아있던 걸 봤는데...

그걸 다 드시겠다고?

불가능하실뿐더러, 나는 안다.

만약 지금 잠들어서 밤 11시에 일어난다 하더라도

김밥이 2줄 남아있을 것이다, 내 몫으로.




3


먹을 거로 자꾸 장난치시니 약간 황당하기는 한데,

또 그것만큼 가볍고 산뜻하고 재미있는 농담이 없는 것도 같다.


아버지가 즐겨드시는 안줏감이 떨어졌는지 확인했다.

1~2회 소비량이 남은 것 같다.

나도 어떻게 해야 아버지께 장난을 칠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숨겨놓고 찾으시게 할까, 아니면 없다고 농담할까 궁리 중이다.

으음? 지금.... 나도 궁리만으로 즐거워지는뎅?

이래서 아부지가 자꾸 농담을 하시는가?




4


날이 화창하고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하다.

마음속은 번잡하고 머릿속은 혼란하지만,

아버지가 던지시는 농담이 모든 걸 담백하고

화사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역시 아버지는 가정의 햇살.


근데... 이제 쫌 있으면 5월인데...

부모님이 나에게 뭔가 기대하시는 바가 계신가?

왤케 다정하게 대해주시지?

흠... 음...

...나도... 부모님이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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