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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63 - 이내 몸은

by 배져니






1


비교적 머릿속이 번잡한 나날이었다.

의식적으로 뇌를 다잡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다시 슬슬 작업생활로 돌아가야 할 터이다.




2


지정한 책을 읽어야 진행되는 작업인데

내가 도통 독서를 하고 있지 않다.

저번 작업 시에는 단편 소설을 읽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작업하기엔 단편이 부담이 덜해서 또 다른 단편을 읽고 있다.

일단 이번에 읽은 이 단편에 대한 작업은 조금 시작했으나,

다음 진행을 위해 읽어둬야 할 책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야심 차게 매주 작업물을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첫발부터 삐긋하더니만, 영 잘 안된다.




3


독서를 하고 쓰는 작업과정을 시작할 때,

적어도 3년은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었고,

그 다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작업물을 매주 만들기 보다, 적절한 기간을 두고

규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지향하기로 했다.

자잘자잘 스토리도 처음엔 격주로 포스팅하다가

글쓰기와 포스팅이 점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서

매주 포스팅으로 올리기 시작했었다.


책 읽고 쓰는 그 과정이 익숙해지기까지도 역시

얼마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천천히 해나가자고 마음먹었지만,

워낙 많은 매체에 글, 영상,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라서,

나도 모르게 조금 흔들렸다.

저렇게도 열심히들 하는데 나도

숨 가쁘게 해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상업적으로 협업하며 매끈하고 화려한 작업물들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가내수공업으로 나처럼, 혼자, 나만의 역량에 기대어

투박하고 소박한 느린 작업물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 거다.


다행히 나는 작업환경은 꽤 괜찮기 때문에

조용한 방에서 키보드 다다닥 리듬감 있게 두드려가며

나만의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박한 가내수공업 작업물이

점점 가다듬어지며 독특한 작업물이 될 것이라 믿으며,

작업 속도가 좀 더 빨라지고, 그 과정이 익숙해지며 편안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4


누구나 시작을 해서 작업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할 수는 있으나,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고, 때로는 시작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그러나 이내 몸은 시작은 했다는 것, 핫핫!


져니는 시작에 관한 속담 뒤에 그 말을 붙이며 킥킥 기분 좋게 웃는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 아무튼 이내 몸은 시작은 했다는 것!


읊으며 기분 좋아한다.

되게 뿌듯하고 들뜬다.

위 문장 뒤에 한 문장을 더 문장을 붙인다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

아무튼 이내 몸은 시작은 했다는 것! 그리고 계속 작업하고 있다네.'


...라고 자랑하듯 붙이고픈 마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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