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철딱서니 없는 어른으로 나온다.
낯가리는 성격은 꿈속에서도 어떻게 변경이 안되고,
나는 그 안에서도 낯을 심하게 가리는데,
웃긴 건 할 말을 다 한다.
사람이 데면데면하고 어렵고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이상스럽게도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들이 모두 다 아는 얼굴로 변모한다.
친구? 지인? 가족?
아니었다. 모조리 방송계 연예인들이었다.
그들은 보살과도 같은 신중한 태도로 내게 말을 걸었고
나의 내면의 말을 끄집어 내는 질문을 던지고 기다렸다.
대체로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방송 속에서는 그렇게 화려한 달변을 선보이던 그들이,
내 꿈속에서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만 있었다.
현실에서는 과묵한 내가, 꿈속에서는 말도 못 하게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어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쫙쫙 내뱉는데,
꿈속의 연예인들이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나는 그만 그들을 다 좋아하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로맨스 소설처럼 남자 연예들이 여주인공에게 열광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개그우먼, 개그맨, 가수, 배우, 댄서, 방송인 등등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연예계 인사들이 나에게 경청해 주고 덕담을 던지고 가는 그런 꿈이었다.
2
보통 유명 인사가 꿈에 나오면 길몽이니 복권을 구입하라고 하지 않던가.
난, 등장한 유명 인사가 너무 많은데, 몇 장을 사야 하나?
3
꿈속의 내용 중에,
음악가분들이 기타의 고수라서
연주로 어떤 음을 연주하면 내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네요.-
...라는 등, 지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음악가분들이 악기를 사러 가는 곳에 동행해서 구경하다가,
음악가분들이 기타를 고르고 계산을 하려 하시면
값이 비싸 보여서 괜히 염려되는 마음이 드는 나머지, 옆에서
-연예인 할인 안 물어보세요?
혹시 여기 회원카드는 없으세요? 포인트 카드 있으신지 확인하고 계산하세요.
아니면 얼마치 사면 도장 찍어주고 10번 채우면 더 깎아주는 거... 그런 카드 없으세요?-
굉장히 유명한 스타분들이라 보는 눈도 많은데,
거기서 할인받으시라고 권유를....
평소에 내 물건 살 때는, 할인이니 깎는 거 하나도 못 물어보면서
꿈속에서는 그분들에게 연예인 DC를 받으시라고 쫑알쫑알 조언을 하는 등....
거의 나로서는 기행에 가까운 언변을 쏟아내고 있었다.
꿈이니 가능한 것이었다.
4
하여간 꿈을 꾸는 상황에서는 정말 웃겨서
푹 빠져들어 즐겼다.
며칠 꿈이 재미있어서 곱씹어 보다가 정신 차려 보니,
3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5
올해는 여름도 빨리 온다더라.
에어컨 알아봐야겠다.
그나저나, 복권은 몇 장을 구입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