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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스토리 8 - 065 - 오류는 아님

by 배져니






1


아침부터 내가 뭘 먹었는지를 헤아려봐야 했다.

한낮이 될 때까지 화장실을 10번 정도는 갔던 것 같다.


오늘 이른 아침에 일어나 물 대신,

차가운 콜라와 포카리스웨트를 연달아 계속 마셨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랬더니 속이 냉해서 탈이 난 모양이다.

편치 않은 볼일을 열 번쯤 보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2


며칠 전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다.

들입다 잠만 잤더니 뇌가 부어서 지끈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잠을 자느라 섭식을 등한시했더니 열량이 모자라서

뇌가 아우성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묻혀있던 기억이 융기되어 드러나느라

일종의 지각변동을 겪듯이 요동이 나는 것인지...

아무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일어나서 뭘 할 기력이 없었다.

오전에는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낮이 되니 정신이 멍했다.




3


이 열악한 컨디션의 몸뚱이로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옛날 철야를 해도 끄떡없던 체력은 다 어디 가고,

찬물 쫌 마셨다고 화장실서 휴지심을 새로 끼워 넣고 나와야 하느냔 말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정이 지쳐있다.

몸도 마음도 심상치 않는 게, 왠지 환절기 타고 있는 모양이다.




4


아무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정작 작업에 해당하는 글쓰기는 내버려두고

그 외의 잡다한 글들은 다 정리해 적어두는 하루이다.

쓸데없이 이러느니 차라리 노는 게 낫지 않을까 싶으나

나는 이러한 행동들을 고양이의 꾹꾹이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고양이의 꾹꾹이가 실제 안마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그 작은 괭이 발로 꾹꾹 누르는 모양새가

예쁘고 대견해서 효용은 충분하다.

져니의 키보드 꾹꾹이도 내용 있는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섬섬옥수(?)로 다다닥 리드미컬하게 적는 모양새가 예쁘고 대견하다.

물론 고양이의 꾹꾹이는 집사가 보고, 져니의 꾹꾹이는 져니 스스로가 본다는 차이는 있다.

그다지 큰 오류는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패스!




5


며칠 뒤 외출 일정이 있다.

아마 두 곳을 들러서 각각의 요건을 해결하고,

어쩌면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워야 할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상황과 시간이 다 어중간해서

난감하게도 카페를 들러야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접이식 키보드 챙겨가서 뭣 좀 쓰면서 소일해야겠다.

키보드에 충전 케이블 꽂아놔야겠네.




6


안 나갈 수 없는 일정인데.... 심정상 딱 취소하고 싶다.

집순이라서 외출은 정말 쫌 그렇다.

그날 날씨라도 좋았으면 좋겠다.

4월인데 왜 날씨가 이러한 것이냔 말이냔 말이닷!...하고

'승질' 한 번 내고, 진짜 키보드 충전시키러 간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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