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냉장 간식을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비가 오고 기온이 서늘해서
어머니는 내가 만든 차가운 간식이
썩 마음에 드시는 눈치는 아니셨다.
그런데 또 있으니 드시게 되고,
식감이 부드러우니 부담 없으신지 드시더라.
2
간식이 다 소진되고, 나는 어머니께 여쭸다.
"다시 간식을 만들까요?
날이 아직 더운 거 같진 않은데,
좀 더 더워지면 만들까요, 아니면
이번에 다시 만들어 놓을까요?
말씀해 주셔야 재료를 살까 말까 정하겠는데요."
지난번에는 분명 시큰둥하게 반응하셨었는데
"... 있으면... 오며 가며 먹게 되지..."
...라고 어머니로서는 꽤 열렬한(?) 반응을 하신 거라,
냉큼 재료를 주문하고, 아울러 작년에 야심 차게 만들었었으나
호응이 좋지 않았던 당근 라페 재료도 주문했다.
3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정말 그랬다.
사람들이 회가 맛있다고 하는데 먹어보면 '그냥 맹맛'일 뿐, 맛을 잘 모르다가,
회식으로 여러 번 가서 맛보게 되니
그제야 광어회와 우럭회를 구분할 줄 알게 되더라.
그리고 이제는 회가 맛있고 좋다.
정말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달까.
4
그림 그리기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인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인체 뼈, 근육 그림을 그렇게 보고 따라 그려도 잘 모르겠더니만,
여러 해 마음대로 끄적여 보다가 기회가 닿아 인체 뎃셍 수업을 들었더니
정말 이해가 잘 되는 것이었다.
뭔가 회를 여러 번 먹어본 사람이 생선회의 맛을 더 알게 되는 것처럼,
그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공부할 때 이해도가 더 높아져서
더 잘 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치와 비슷한 것 같다.
5
경험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 각성하면, 잘 안 잃어버릴 수 있고,
좀 그려본 사람이 다시 배우면, 더 잘 그릴 가능성이 높고,
인생사 경험이 좀 있는 사람이, 적절한 피드백을 할 수 있다면,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6
전에 요리했을 때,
당근 라페는 잘 만들어졌으나, 내 입맛에 맞게 새콤했었던 것 같다.
나의 새콤 감각은 아무래도 가족들에게 '시큼'의 맛으로 느껴지시는 모양이더라.
이번엔 가족의 입맛을 당기는 라페를 만들까 한다.
만들어 본 횟수가 서너 번 쌓였으니,
좀 더 적절한 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맞춤형 요리를 해내는, 배려 있는,
숙련된 요리사로 거듭난, 경험치 있는 사람이 누구~?
유후~!져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