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힘이 되는 글을 읽었다.
마치 나를 위로하듯 적확하게 심금을 건드리는 내용이었다.
먹먹하고 심장이 팔딱거렸다.
이 좋은 글을 저장해야지 하고 긁어서 메모장에 옮기고
제목을 복사하여 저장하려고 보니....
10일 전에 복사해서 저장해 놓았더라.
2
그간의 내 생활을 복기해 보면,
듣고 본 영상, 글들을 싹 다 긁어서 개인 저장하고 있었다.
그 자료들이 모두 마음에 와닿아서 저장해 놓은 것은 물론이다.
예전엔 저장하면서 대충의 내용을 다시 복기하곤 했다.
그리고 얼마간 대략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중복 저장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중복 저장할 '뻔' 하면서,
이런 상황이 '대체 왜?'하고 생각해 봤다.
3
일어나서 허술하게 밥 먹고 힘아리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목은 빼내밀고, 허리와 어깨는 구부정하고,
마우스에 붙어있다시피한 손바닥과 손목은
뻐근하고 저릿해 하는 일상이었다.
뭔가 활기 없고... 영 아닌 모습인 걸 알지만...
나는 그냥 만사가 귀찮고 그냥 웹서핑을 하다가
스리슬쩍 음료수로 식사를 대체하고 화장실 갔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고를 반복했다.
그런 맥빠지는 생활 속에도 끈기 있게
좋은 내용들을 수집하며 자료를 정리했지만...,
'사람이다. 기억 못 할 수도 있다.'
...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사색적이고 탐구적인' 본인은 다시금 생각해 봤다.
뭐가 문제였나?
4
눈치채고야 말았다.
평소에 힘아리 없는 상태로 훑어보며 대충
'좋은 내용이네.'라고 생각하며 반응했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오늘은.
정확히, 중복 저장하기 전의 상황을 복기하니 명확했다.
나는 그 웹 자료를 보기 전에,
작은 컵라면을 먹어치웠다.
그렇다.
배가 든든하니, 원래 좋았던 내용이지만,
오늘 이번에는, 아주 절절하게, 가슴팍에 파고들듯이,
찐하고, 찡하고, 참신하게 심금을 건드려진 것이다.
5
예전에 공부 잘하려면, 그것도 체력이 필요하다고,
공부도 밥심으로 하는 것이라고들 어른들이 그러셨다.
근데 오늘 다시 알았다.
좋은 글이 마음에 박히려면, 그것도 체력이 있어야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나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확인을 한 번 더 한 셈이긴 하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6
어서 가을이 되길 바란다.
감수성은 날씨, 감정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하던데,
과연 시심의 감수성은 체력과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을 알기 위해, 가을이 되면,
밥을 잔뜩 먹고 시집을 읽을 생각이다.
일단 나는 배가 부르면 학습력은 건강해지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감수성만 확인하면 되겠다.
7
혹, 밥심과 감수성의 연관성이 확인되면,
대한민국에 시인이 많이 생기는 거 아닐까?
나는 그 확인으로 시인 양성에 기여한 바,
국민 공로상(?)을 받는 건 아닐까?
기왕이면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음....
과학적으로 인증하려면 장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음... 장비 빨 못 부려서... 노벨 과학상은 무리인가...?
8
근데... 장비 빨 은 못 부려도 재료 빨 은 부릴 수 있자너.
로켓 프레시 배송으로 식품류를 구매해 볼까나...
아직... 가을 아닌데....?
데이터는 많을수록 (대충) 좋으니까,
구비해서 인체 실험해 보자꾸나, 얍!
9
결코, 식곤증으로 그러는 거... 맞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