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에 일 하나를 벌였고,
이번 주에 일 하나를 벌이고 들어왔고,
다음 주에 일이 하나 있어 외출해야 하고,
6월이 되어서는 마음이 열라 심란할 일이 하나 있고...
2
어제 카페에 가서 음료 한 잔 마시고 왔다.
키보드를 챙겨갔기에 글도 좀 쓰고,
창가 자리에 앉아 사거리의 통행 차량을
멍하니 지켜보기도 했다.
지하철역 근처 카페였는데
창 너머 저쪽으로 전깃줄이 보였다.
두꺼운 전깃줄, 얇은 전깃줄, 중간 두께의 줄...
다양한 줄들이 저 너머 창밖에 보였다.(3층이었다.)
아무튼 그러다가 비둘기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두꺼운 전깃줄은 대부분 팽팽이 당겨져서 걸려있었고,
얇은 전깃줄은 완만한 곡선으로 늘어져서 걸려있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그 얇은 전깃줄에 앉았다.
근데 차량이 오가는 사거리의 전깃줄에 먼지가 얼마나 많겠는가.
비둘기는 얇은 전깃줄에 앉아서 중심을 잡으려 했으나,
두 발로 줄을 움켜쥐었건만,
줄이 얇고 느슨한 데다가 먼지 때문에 미끄러운지
계속 중심을 잡지 못했다.
비둘기가 줄을 잡은 채 거의 90도를 회전하더라.
정신 차려 바로 앉은 비둘기는 다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텨보려고 아등바등했다.
몸체가 동그랗게 말리며
자꾸 45도 뒤쪽으로 미끄러져 돌았다.
안간힘을 쓰며 바로 앉으려 하면,
이번엔 앞으로 45도 기울었다.
그때마다 비둘기의 꼬리 끝에 힘이 모이는 게 보였다.
꼬리에 힘을 팍 주고 애쓰는 걸 보고 있자니...
그 힘 모은 꽁지깃, 왔다 갔다 기우는 몸짓을
너다섯 번 연속 반복하는 걸 보고 있자니,
'쟤는 날개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저기서 저러고 있나...' 싶고,
'저쯤이면 몸 개그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래서 폰으로 촬영을 시작했으나,
카메라의 주목을 알아차렸는지, 휘릭 날아가더라.
3
심란하고 답답하고 뭐에 홀린 듯이 카페를 갔는데,
비둘기를 보고 마음이 즐거워졌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하더니만,
가슴속 심란들이 가라앉고 평화로워졌다.
4
그래도...
다음 주부터 다음 달까지 있을 일들을 생각하면...
후우...
어제의 그 비둘기를 섭외해서 동행하고 싶다.
-끝-